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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택시 운전은 ‘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8-02 17:47:24
  • 수정 2021-08-02 18: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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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등장하는 식상한 뉴스…‘사진 찍기용’은 하지 말아야

지난 2019년 2월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더팩트 제공)

정치인의 택시운전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식상한 뉴스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휴가 기간에 택시를 운전하고, 국민들과 만나 들은 민심이 어떻더라 하는 기사는 수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또 택시를 찾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올 여름 휴가기간에 개인택시 양수양도교육을 받으러 간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시절 카카오의 카풀서비스 출시를 놓고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갈등의 해법을 찾겠다“며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하고 두달간 서울 노원구에 있는 법인택시를 운전했다.

 

그는 ”2년 전 택시운전을 하면서 택시업계의 고충과 꾸준하게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또 쇼하네’라는 반응이 상당했지만, 응원하는 글도 있다. 

 

여의도 정치인 중 ‘택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인물은 박계동 전 의원이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4000억 원 비자금 폭로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2000년 6월부터 11개월 동안 서울 강서구 택시회사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평범한 시민의 삶이 그리웠고, 서울시의 교통문제도 살피고 싶었다”고 택시기사 취업 이유를 밝혔지만, “사납금을 채우느라 점심도 못 먹었다”며 고단한 삶을 털어놓기도 했다.

 

밑바닥까지 떨어져 와신상담한 덕분이었을까.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송파을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고, 자신이 근무했던 택시회사의 동료를 국회 운전직 비서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어 2015년 7월 국내 최초 협동조합 택시회사인 ‘한국택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사납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사들 월급제를 시행했는데 초기에는 잘 운영됐지만, 조합원들간 분쟁으로 현재는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택시운전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첫 임기였던 2008년 그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택시업계의 고충을 직접 느끼고 도민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2009년 1월 수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간을 내 택시기사로 나섰다. 

 

그리고 2011년 9월 도내 31개 모든 시·군에서 택시운전 체험을 마쳤다. 그는 택시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로 모실까요-나는 경기의 택시기사’라는 책까지 펴냈다. 

 

정치인들이 택시기사로 나오는 TV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KBS 1TV가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여야택시’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여야 국회의원이 택시 운전기사로 직접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당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서울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에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공천혁신추진단장은 반대로 여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각각 1박2일 동안 택시기사로 민심을 청취했다.

 

예능과 시사가 접목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자 평가는 그럭저럭이었다. 시청률(1회 6.3%, 2회 5.5%)도 저조해 정규 편성에는 실패했다.

 

현재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에 꾸준히 택시운전을 하는 정치인들이 꽤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5년부터 15년째 명절마다 택시를 운전해왔다. 하지만 요즘엔 정치인들의 택시 체험 기사는 언론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신선도가 떨어지고 독자들이 식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택시운전은 그야말로 ‘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은 택시기사가 정치나 사회 현안 얘기를 꺼내면 꺼려하거나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고 싶다’는 승객이 대부분으로, 오프라인 민심 소통창구로써 택시의 역할은 크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방역 차원에서도 기사와 승객간 대화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에서는 정치인의 택시운전을 별로 환영하는 편이 아니다. 진정으로 택시업계의 애로사항을 알려고 택시운전을 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다. 

 

택시업은 카카오의 택시호출 시장 장악 등으로 사업 방향과 개념 자체를 새로 설계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택시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정치인들의 택시운전은 택시회사와 기사들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다만, 자연스럽게 택시의 애로사항을 피부로 느끼고, 택시업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택시기사 체험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들의 택시운전은 언론플레이보다 택시기사들과 업계의 고충을 파악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진정성이 우선돼야 한다. 택시운전을 하더라도 조용히 하고, 승객에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택시운전을 하는 정치인들을 감동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이제 ‘사진 찍기용’ 택시운전은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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