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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규제’의 역습…심야 택시 대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4-23 21: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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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벌이 안 된다“ 택시기사 태부족··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시민들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빈 택시를 잡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해제된 후 심야시간대 택시이용객 수가 급증하면서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개인택시 3부제 일시 해제, 심야 전용택시인 개인택시 9조의 운영시간 확대 등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을 발표했지만 귀갓길 택시 대란은 여전하다.

 

심야의 택시 승차난은 수요(이용객)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원인도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택시)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서울은 개인택시 4만9161대, 법인택시 2만2603대 등 총 7만대가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택시가 많은 도시이지만 정작 타야 할 때 택시는 부족하다.

 

이 같은 원인은 야간 운행을 주로 맡아온 법인택시기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입이 떨어지자 3분의 1 가량이 그만뒀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기사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만2320명에서 올 2월 7만4754명으로 26.9%(2만7566명)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3만527명에서 2만709명으로 32.2%(9818명) 줄어 전국 평균 감소 폭보다 컸다. 

 

법인택시는 통상 1대당 2.4명의 운전자가 필요한데 전국 법인택시 면허대수(8만5336대)보다도 운전자 수가 훨씬 더 적다. 지난해 법인택시 가동률은 서울 34%, 경기와 인천은 각각 40%와 35%, 부산과 대전 37%, 광주 36%로 역대 최저치다.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팔려고 내놓은 택시회사들도 꽤 많다. 팔리지 않아 휴업에 들어간 택시회사들도 있다. 

 

핸들을 놓은 법인택시기사들은 음식배달, 퀵서비스 등 택시에 비해 수입이 좋은 업종으로 이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는 A씨(59)는 ”배달, 일용직으로 버는 돈이 택시보다 2~3배 많은데 누가 택시운전을 하겠냐“며 ”택시는 더이상 돈벌이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의 개인택시는 16만4395대로 법인택시보다 2배 정도 많지만 개인택시기사들은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체력적인 문제와 술에 취한 ‘진상 손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야간 운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높다. 서울시가 3부제를 해제해도 실제 심야 운행에 나서는 개인택시는 휴무 대상 차량 1만7000여대 중 10%(약 1700대) 정도에 불과해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예 영업을 하지 않은 개인택시도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개인택시 4만9000여대 중 휴업 신고 없이 무단으로 운행을 중단한 개인택시는 1400대에 달한다.

 

개인택시기사 B씨(69)는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 벌기가 어렵다. 나이 들어서 그냥 내 사업이니까 알바하는 기분으로 한다“며 ”야간엔 눈이 침침하고 사고낼 우려도 있어 운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택시는 사납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 것이다. 기사들을 유도할 ‘당근’이 없으면 심야 택시 대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택시업계는 심야시간 택시 대란의 이면에는 불합리한 택시요금체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노동강도에 비해 너무 싼 요금이 택시기사 고령화와 부족난을 초래했고, 그 결과 심야시간 택시 대란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택시요금이 가장 싼 나라다. 개인교통인 택시를 준대중교통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택시업계의 경영개선과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근본적으로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해 정부와 지자체는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국토교통부 훈령에 따르면 택시 요금조정은 2년마다 한 번씩 유가·인건비·물가 변동 등의 요인을 감안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2년마다 택시요금이 조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근 20년 동안 서울시 택시요금 조정은 2001년(기본요금 1600원), 2005년(1900원), 2009년(2400원), 2013년(3000원), 2019년(3800원) 등 최소 4년 이상의 기간을 뒀다. 최근 서울시 택시요금이 인상된 것은 2019년 2월로, 3년이 경과됐기 때문에 요금조정이 가능하지만 서울시는 당분간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택시를 제때 잡지 못하고 고생하는 시민들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택시노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동기를 부여해야만 택시 대란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요금 인상이나 할증요금 확대, 탄력요금 적용처럼 기사들이 밤에 운행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충석 서울법인택시조합 이사장은 “택시요금 규제 부작용이 오래전부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택시업계의 경영 악화를 그대로 두고 택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요금 인상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택시를 지금처럼 준대중교통으로 여겨 요금을 통제할 게 아니라 차라리 법적 대중교통으로 지정해 육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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