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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참사’에도 ‘입석 광역버스’는 여전히 달린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1-04 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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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에 입석 승객을 잔뜩 태운 채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뒤 ‘입석 광역버스’의 안전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광역버스에서 승객이 서서 가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고속도로를 다니는 광역버스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입석을 금지했지만 8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경기도, 인천시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대에 좌석이 꽉 차고 통로마저 승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45인승 버스에 두 배 가까운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마디로 대형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비정상적인 일이다.

 

입석 광역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를 당하거나 급정거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 앞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승객들이 갑자기 앞으로 쏠리면 압사 이상의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 현장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갈 길 바쁜 승객들은 그런 걱정을 할 여유가 없다. 사고 위험을 알면서도 버스를 놓칠까 봐 걱정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의 입석률은 2019년 8.3%까지 치솟았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3월 2.7%까지 낮아졌지만, 6월에는 4.8%로 다시 높아졌다. 수도권의 하루 광역버스 입석 승객은 1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8년전 세월호 참사로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이 화두로 떠올랐고, 정부는 입석 광역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뭔가 대책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수요(승객)에 비해 공급(버스)가 크게 부족하다지만 일선 기사들의 말은 이와는 다르다. 버스차량이 없는 게 아니라 버스를 운전할 사람들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준공영제 등 버스 기사의 처우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사 임금이 낮은데다가 쉴 틈도 없다보니 그만두는 기사가 많아 차고지에 노는 버스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숫자나 말로서 차량을 투입할 게 아니라 ‘버스 기사’를 늘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설마 무슨 큰 일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비극의 씨앗이 됐다. 광역버스 승객들이 ‘목숨 걸고’ 출퇴근하는 일은 서둘러 막아야 한다. 또 다시 망각의 시간이 흘러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헛구호에 그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입석 광역버스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마련을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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