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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화물차운송시장…지입 전문 화물업체 퇴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1-26 16: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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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추진> 법률로 규정한 기형적 운송구조···일반화물 지입 비중 92.5%

경기도 의왕 IDC 에 서있는 화물차들 모습.  

국내 화물차운송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화물차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지입(持入) 전문 화물업체 퇴출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안(案)을 발표했다. 

 

앞서 국토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 등을 요구하며 16일간 이어졌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끝난 뒤인 지난해 12월 화주와 운송사, 차주, 전문가로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화물차운송업 구조 개선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공청회를 열었다. 

 

■국토부, '번호판 장사' 뿌리뽑겠다


국토부는 운송사 본연의 역할인 운송 일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위·수탁료(지입료)만 받는 지입 전문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입 전문업체들이 화물차 운송면허의 신규 발급이 제한된 점을 이용해 ‘번호판 장사’를 하면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화물운송업체의 지입제 운영은 우리나라 해방 이후 이어지고 있는 오랜 관행인데다 현재는 위·수탁이라는 이름으로 화물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터라, 국토부의 이 같은 계획은 시장을 흔들고 있다. 지입제는 개인 화물차주가 운송회사 명의로 영업용 번호판과 차량을 등록한 후, 회사에서 물동량을 받아 일하는 제도다. 내 돈을 주고 차를 샀지만 명의는 회사 것이다. 

 

국내 화물업체 대부분은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다. 화물차 영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운전자와 차량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일반(법인)화물 운송시장에서 지입차주 비중은 92.5%로 절대적이다. 개인화물 운송시장도 10.6%에 달한다. 

 

화물차주들은 차량을 구입한 뒤 운송사와 지입 계약을 맺어 개인적으로는 따내기 쉽지 않은 화주기업들의 일감을 받는다. 이렇게만 본다면 화물 지입제는 회사와 개인차주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운송사 본연의 업무인 일감 확보는 ‘나 몰라라’ 하고, 영업용 번호판만 대여하는 지입 전문업체들이 등장했다. 정상적인 운송사라면 지입계약을 맺은 차주들에게 일감을 공급해야 하지만, 이들 지입 전문업체들은 번호판 장사를 일삼고, 영업비용마저 차주에게 전가해 화물운송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지입 전문업체들은 운송은 하지 않고 번호판을 수십개씩 갖고 차주들에게 번호판을 부착해주는 대가로 권리금 수천만원을 챙긴다. 권리금은 차종과 시세에 따라 다른데 최근 가격은 3000~4000만원이다. 지입료로 월 20만~30만원씩 챙기며, 별도로 일감 알선 수수료 등도 요구한다.

 

차주들은 번호판이 없으면 영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운송회사는 갑, 차주는 을의 입장이 되기 때문에 불공정한 계약 체결이 다반사다.

 

지입 전문업체들은 지입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번호판 권리금을 차주에게 돌려주지 않거나 노후 차량을 차주 본인 비용으로 구입해 교체하려고 해도 700만~80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부당행위가 빈번하다. 또 대부분 차주가 음성적 브로커를 통해 지입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다량의 물량 계약을 약속한 후 공급을 끊거나 잠적하는 지입사기도 심심치않게 발생한다.

 

위·수탁제도로 합법화…기형적 운송구조는 여전


그동안 정부는 지입제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 오히려 편법으로 운영되던 지입제는 지난 1997년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위·수탁제도로 합법화돼 현재까지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1년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방안을 마련하고 ‘직접운송의무제’, ‘최소운송의무제’, 운송실적신고제‘를 도입했으나 지입 전문업체들은 실적을 허위로 입력해 기준을 충족하는 등 편법으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직접운송의무제는 운송사가 화주와 계약한 물량의 30~50% 이상을 직접 운송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최소운송의무제는 화물차 차종별 연간 시장평균운송매출액을 고시한 뒤, 운송사가 이의 20% 이상을 운송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위반 시 최대 제재가 영업정지 정도로 강도가 약한 데다 지자체에 단속권이 있어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사문화된 실정이다.

 

또 차주 보호를 위해 2014년 표준 위·수탁계약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2015년에는 차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불공정 계약 내용을 무효로 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처벌 규정이 미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지입제는 지난 2004년 영업용 화물차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면서 더욱 고착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화물차 공급 과잉과 운임 하락으로 화물연대가 2003년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물류대란이 발생해 시작된 화물차 허가제는 차종별에 따라 증차를 제한하고 사업용 번호판을 단 화물차의 진입만 허용하고 있다.

 

화물차 허가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 등을 우려해 신규 등록을 제한한 조치였지만, 일부 업체들이 공급 제한을 악용해 번호판에 프리미엄을 붙여 빌려주는 소위 ‘번호판 장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지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법 개정까지 쉽지 않아 진통 예상

 

국토부는 앞으로 운송사에 직접운송과 최소운송 의무 실적을 철저히 관리해 운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면허를 회수할 계획이다. 회수한 면허는 해당 운송사에서 번호판을 빌려 쓰던 차주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최소운송의무 실적관리 범위는 차량 단위로 개편한다. 소수 차량에 일감을 편중해 최소운송기록기준을 충족하는 등의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직영 운송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운송사가 차량 및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 운영은 차종과 관계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해 직영 화물차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신규 증차 직영 차량은 위수탁이 금지된다. 

 

탄력적인 차량 공급을 위해 차종별·톤급별 간 교체 범위를 완화하고 차량 교체 시 톤급 상향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번호판 관리를 강화하고, 실태조사를 법제화해 정기 조사 등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지입 업체에 의한 물류시장 왜곡을 바로잡은 것이 화물운송시장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입 전문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면 화물운송시장 내에 만연한 번호판 값, 대·폐차 비용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이 근절되고, 차주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소득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지입 전문업체 퇴출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현재 화물 지입제는 ‘위수탁’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돼있기 때문에 법(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한데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는 법인화물업계의 강한 반발도 큰 벽이지만 지입 전문업체와 정상 지입업체를 어떻게 구별할지도 큰 문제다.

 

2022년 10월말 기준 전국의 사업용 화물차 대수는 43만1245대다. 이중 법인화물차가 1만3758개사 20만709대, 개인중대형(개별)화물차 7만5960대, 개인소형(용달)화물차 15만4576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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