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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부제 해제 논란 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5-30 08: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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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상 경쟁 확대인데 손발 묶어놔…요금·기사고용·임금구조 규제 풀어야

1978년 4월 서울시의 개인택시 3부제 도입 당시 언론 보도.

택시 차량 운휴를 강제하는 ‘택시부제’가 처음 시행된 시기는 1973년 11월이다. 오일쇼크 시기였던 당시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됐다. 지금은 안전운전 확보를 위한 운전자 과로 방지와 차량 정비를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넘쳐나는 택시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이 더 크다.

 

서울시의 경우 택시부제를 처음 시행할 당시 법인·개인택시 모두 15일마다 한 번씩 운휴하는 15부제였다. 그러다가 1978년 4월부터 개인택시만 별도로 3일에 한 번씩 쉬는 3부제가 도입됐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이유가 약간 황당하다. 개인택시의 대리운전, 불친절 등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개인택시의 위반사항이 법인택시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무려 반세기, 50년 동안 유지돼온 택시부제 사례는 정부 규제가 한 번 도입되면 문제가 있어도 쉽게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택시부제 해제는 정부의 엄청 과감한 조치다.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라 심해진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이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 후 택시부제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종전보다 더 커졌다. 정부는 반세기 전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한 부제를 그동안 택시 공급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잘못된 정책 <공급과잉>을 또 다른 잘못된 정책 <택시부제>로 포장한 셈이다. 택시부제라는 잘못된 정책을 되돌려 놓으니, 이것에 가려진 또 다른 잘못된 정책인 공급과잉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택시부제는 대부분 개인택시에 적용됐기에 부제 해제 후 법인택시업계는 “택시 공급이 늘어나 과당 경쟁과 운송수입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부제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 대비 택시 대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개인택시 발급)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1000명당 택시 대수는 7.3대로 뉴욕 1.7대, 런던 2.3대, 도쿄 4.7대, 파리 1.6대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들여 택시 감차사업을 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택시공급과잉은 정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택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는 면허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택시면허를 남발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부제 해제에 대한 부작용과 문제 발생도 온전히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부제 해제 단행 시 예상되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심한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택시업계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면 그건 무책임의 극치다. 그동안 우리나라 택시는 사업자들의 자율성보다는 정부의 의지, 즉 규제와 통제가 많이 반영돼왔다. 그래서 택시가 잘못되면 업계 잘못보다는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택시부제 해제는 규제 개혁 차원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부제 해제는 공급 확대, 곧 경쟁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택시업계가 자율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게끔 정부가 그동안 묶어놓은 손발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정부는 공급과 안전 문제에 치중하고, 요금 결정이나 기사 고용, 임금 문제 등은 업계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 것이 올바르고 발전적인 정책이다. 규제를 풀 때는 혼란과 부작용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봐야 하고 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택시부제는 완전히 없어진게 아니다. ‘폐지’가 아니라 ‘해제’다. 부제 재도입도 가능하도록 해, 최근 국토부 택시정책심의위원회는 19개 지자체의 택시 부제 재운영 신청을 심사해 15곳에서 다시 도입하도록 했다. 부제를 아예 없애면 없앴지, 왜 부활의 여지를 남겼는지 의문이다. 국토부는 ‘조자룡의 헌 칼’을 내려놓기가 그렇게 아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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