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경유 가격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으면서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화물자동차운송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유류비 비중이 급증하면서 현장에서는 자칫 물류가 멈출 수 있다는 불안까지 감지된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3.20~24)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ℓ당 1918.1원이었다. 2008년 7월 넷째 주(1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통상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 적용의 영향으로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한데 최근 경유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면서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84원으로 줄었다. 이러다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뛰어넘었다

경유 가격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적으로 경유 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럽이 수입하는 경유의 60%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유럽에서 경유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했다.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경유 가격도 국제 가격에 연동되는데 경유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다. 배럴 당 110달러 선이었던 국제 경유 가격은 지난 9일, 18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유럽은 일반 승용차도 경유 차량이 많은 지역인데다 전쟁 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을 줄인 여파가 크다.

정부가 유류세를 20% 깎아주고 있으나 유가 상승 폭이 너무 커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없어졌다. 거기다 유가보조금은 유류세와 연동돼 있어 화물차 유가보조금은 ℓ당 345.54원에서 239.79원으로 적어졌다.

또 경유는 휘발유보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더 낮다. 경유는 화물차 등 산업용 차량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휘발유보다 유류세가 30% 가까이 적다. 유류세가 20% 인하되면 휘발유가 119원 넘게 할인될 때, 경유는 약 85원 할인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따르면 최근 경유 가격 폭등으로 지난해 3월 대비 5톤 이하 화물차의 한달 유류비 지출은 64만원, 12톤 이상은 175만원, 25톤은 250만원 정도 늘었다. 현장에서는 경유 가격 급등으로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차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또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와 함께 유가보조금이 삭감되므로 그 효과는 떨어진다. 화물업계는 유가 급등세를 감안해 정부가 추가 보조금 지급 등 대책을 빨리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화물연합회, 전국개인중대형화물연합회, 전국소형화물연합회, 화물연대 등 화물관련 4개 단체는 “현재 유가보조금 체계인 유류세연동보조금 외에 유가연동보조금 부활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유가연동보조금은 현재 유류세와 연동된 유가보조금 체계와는 달리 유가가 일정 금액을 넘으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화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화주에게 유가 인상분만큼 운송비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세금을 아끼는 수단이 아니라 진정으로 영세 화물차 운전자를 생각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