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법인택시의 수입이 감소하고 기사들 노동 여건은 더 열악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서울법인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심야 택시 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3부제를 50년 만에 해제한 후 법인택시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개인택시 부제 재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심야 할증요금 요금 인상, 올해 2월부터 기본요금이 인상되자 많은 시민이 인상된 택시요금에 부담을 느끼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 법인택시의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울상이다.
부제 해제로 원하는 시간에 근무가 수월해진 개인택시 기사들이 승객이 적은 평일 낮 운행을 줄이고 수입이 높은 늦은 밤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법인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택시 호출앱 ‘티머니 온다’에 따르면 최근 택시 수요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운전기사들의 콜 수락률은 요금 인상 전인 1월 평균 60%에서 요금이 오른 2월 첫째 주는 85%로 높아졌고, 승객의 콜 건수는 30% 감소했다.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승객들의 택시 탑승이 줄어들면서 기사들의 콜 수락률은 높아졌다.
법인택시업계는 택시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요가 감소한 만큼 택시 공급도 줄어야 한다며 ‘개인택시 부제 재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는 오는 21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법인택시기사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인택시 부제 재시행을 촉구하는 택시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관계자는 “요금 인상 후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부제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요즘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도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빼면 실제 월급은 200만 원 안팎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말했다.
법인택시기사 경력 2년 차인 이모(59)씨는 “요금이 올라 승객이 줄어든데다 개인택시 부제까지 풀려 승객 모시기 경쟁만 심해졌다”며 “승객이 가장 몰리는 야간 피크타임 조차 빈 차가 늘면서 수입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법인택시의 수입 급감은 기사 이탈로 이어져 법인택시 가동률은 여전히 30%대에서 회복을 보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체 사장 김모(69)씨는 “개인택시 부제 해제가 택시공급 과잉 및 운송수입 감소로 인한 과당 경쟁 등의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며 “운행을 멈춘 택시가 70%다. 심야 택시 대란도 없고 손님도 줄었는데 개인택시 3부제를 다시 시행해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제 해제가 국토부의 감차정책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국토부가 감차를 추진하면서 부제를 해제해 택시공급을 확대하는 게 정책 논리상 맞느냐”고 꼬집었다.
택시부제는 1973년 정부가 석유파동후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도입해 50년 동안 유지된 ‘강제 휴무제도’다. 하지만 코로나19 거리 두기 완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야 택시난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택시제도 운영기준에 관한 업무처리요령(훈령)을 개정해 택시부제 해제를 전격 결정했다.
국토부는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의 구체적 기준으로 ▲공급측면에서 최근 3년간 법인택시 기사 4분의 1 이상 감소 ▲수요측면에서 택시 운송수요가 전국 평균(51.7%)보다 높은 지역 ▲지역여건 면에서 승차난이 지속 제기된 지역 등 3가지 요건을 마련하고 이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이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지자체에서 이미 부제를 해제했거나 3개 기준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에 해당돼 부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이 기준에 따라 그동안 부제를 적용해온 서울, 부산 등 33개 지자체는 부제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지자체에서 부제를 계속 운영하거나 재도입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지자체는 3개월, 그 외 지역은 6개월 내 택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제 운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시는 법인택시 수입이 감소했다는 건의에 따라 개인택시 3부제 재시행을 검토했으나 검토 끝에 국토부 훈령 변경에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승객 감소는 일시적이라 볼 수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서울의 경우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에 해당하는데다 부제 해제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이익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라 시는 국토부 훈령 변경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외에 부산, 창원 등 상당수 지역 법인택시 기사들도 부제 재시행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인택시 기사들은 “왜 개인택시만 규제하라는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법인택시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어 택시업계 내부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