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이상하다. 받았다가 다시 주는 ‘이중계약’ 방식도 희한한 데다, 호출 매출이 아닌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떼가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업계는 ”복잡한 그림 그리지 말고 수수료 구조를 단순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100% 자회사인 KM솔루션을 통해 택시회사·개인택시기사와 5년 단위 ‘가맹 계약’을 맺고 월 매출액의 20%를 수수료로 떼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와는 별도로 ‘제휴 계약’을 맺고 데이터 제공, 브랜드 홍보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매출액의 16.5% 정도를 지급한다. 되돌려 받는 돈은 매출액에 따라 택시별로 약간 다르다.
결과적으로 KM솔루션에서 매출액의 20%를 우선 떼어간 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16.5%를 다시 돌려줘, 실질 수수료는 3.5% 수준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이상한 수수료 구조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중계약’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유치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가맹택시 사업자에게는 ‘돌려주는’ 돈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손쉽게 퇴출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런 ‘이중계약’은 택시회사나 개인택시기사들에게 매출액이 이중으로 잡혀 본의 아닌 매출액 증대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특히 영세한 개인택시기사들은 세금부담이 높아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
개인택시는 연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이면 납부의무면제자, 8000만원 미만이면 간이과세자, 8000만원 이상이면 일반과세자로 전환된다. 이때문에 일부 개인택시들은 세금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운행을 기피해 매출액을 낮추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 콜에 의한 매출뿐만 아니라 이른바 ‘길빵’ 매출까지를 포함한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떼가고 있어 택시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는 부당이익에 해당할 수 있어 소송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최근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배회영업 매출에 대해 수수료를 떼가는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에 부당이익금 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호출 수수료 체계도 복잡하다. 호출 수수료는 주간 0~3000원, 심야 3000~5000원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각각 50%, 10%의 수수료를 떼간다. 주간에 비해 심야 수수료가 낮은 이유는 기사에게 최대한 혜택을 주기 위한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호출취소 수수료는 2000원 중 20%(400원)를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져간다.
거래 구조가 복잡하면 탈법이나 꼼수인 경우가 많은 게 일반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거래관계에 있는 택시업계는 물론이고 정치권 등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구조에 불신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택시업계는 ”거래 구조를 단순하게 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까지 함께 해결될 수 있는데 왜 복잡한 수수료 구조를 고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가맹, 일반 호출을 가리지 않고 모든 호출 시 요금의 1~2%를 부과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통일하면 콜 몰아주기 의혹 등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를 우대한 불공정 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의혹 등을 우려했는지 올해 초 일반택시의 무료호출서비스를 폐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부인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여러 사업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에 대한 택시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양측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그룹의 전반적인 사회적 책임 문제가 부각되자 2021년 9월 택시업계와 상생안을 발표했다. 전국 법인 및 개인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를 구성하고,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중요한 파트너로서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으나, 택시업계의 가장 큰 불만인 수수료 문제 해결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당장의 위기를 면하기 위해 전시효과만 노렸다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