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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도 사장도 극단적 선택…노사 모두 힘들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10-18 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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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생계보장·회사 정상운영할 수 있는 공존 방안 필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이 회사 노조지부장 방영환(55) 씨가 분신을 시도해 치료 11일째인 지난 6일 숨졌다. 방 씨는 지난 2월부터 사납금제 철폐와 택시 완전월급제 정착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앞서 같은 달 13일 서울 모 택시업체 대표이사 A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코로나19 이후 회사의 차량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택시업체 기사와 대표이사가 각자 처한 상황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택시 노사 모두가 힘들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방 씨가 주장한 사납금제 철폐와 완전월급제는 국토교통부가 택시기사의 안정적 수입과 과속·난폭 운행 방지, 사고 예방을 위해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해 2020년1월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제의 이전 단계 격인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으나 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완전월급제는 2021년 1월부터 서울지역에서 우선 도입됐으나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 서울 이외 다른 시·도는 내년 8월 이내에 국토부 장관이 지자체와 협의해 도입될 예정이지만 지자체와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입장이라 도입 시기는 불투명하다.

 

전액관리제 월급제는 기사가 벌어들인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노사 협의에 따라 정해진 월급(기본급+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은 월급제를 도입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종전의 사납금제를 고수하거나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기사 각자가 벌어들이는 수입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정액의 월급을 달라는 것은 결국 적자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택시업의 특성상 완전월급제 시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납금제는 택시기사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제도다. 사납금보다 수입이 적을 경우, 그 부족분은 택시기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장시간·위험 운전을 선택하도록 내몰렸으며 현재 많은 택시회사들이 겪는 인력난의 원인이 됐다.

 

노동계는 “방씨의 분신 사망은 열악한 노동조건, 불법 사납금제와 임금착취가 자초한 결과”라며 “택시 완전월급제가 법제화됐음에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극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법인택시 문제를 단순히 업체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에 앞서 기사의 생계유지와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이 보장될 수 없는 수입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마디로 법인택시는 노사 모두를 충족시킬만큼 돈벌이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양측이 나눠야 할 파이의 양이 부족하다 보니, 노사 공히 어려움을 겪으며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택시를 통해 부족했던 대중교통 공급을 보완해왔다. 대신, 면허 제도를 도입해 택시업계의 경쟁을 막고 보호해왔다. 대중교통 차원에서 통제해오면서 요금인상 억제와 승차난 해소에만 신경 쓰고, 법인택시 기사 처우 개선과 가동률 제고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많은 종사원을 거느린 법인택시는 개인택시에 비해 몇배의 수입을 더 올려야 하지만 택시가 대중교통 정책 틀 안에 있는 한 확장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  독자적으로 수익성 제고와 혁신을 도모할 수 없어 현재대로라면 실패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법인택시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택시의 위상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결단이 필요하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니라면 법인택시에 요금 및 운영방식, 고용·임금 부문 등에서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그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택시업체 기사와 대표이사가 각자 처한 상황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그들의 책임이기에 앞서 정부의 책임도 크다.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업체의 이익을 모두 도모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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