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와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브랜드의 급격한 침투 때문이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자동차 볼보는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03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대신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같이 팔겠다며 계획을 수정했다.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는 것은 볼보만이 아니다. 독일 벤츠는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로 바꾸겠다던 목표를 2025년에서 2030년으로 5년 미뤘다.
미국 GM은 사실상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했다. 미 미시간주 전기 트럭 공장 가동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6개월 미루면서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포드는 한차례 미뤘던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아예 취소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해 2026년 세계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150만대에서 100만대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40% 늘린 133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전기차 회사로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지만, 올해는 전기차 전환의 징검다리로 하이브리드차를 내세우며 뒤로 물러섰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는 이유는 전기차 수요 감소와 함께 전기차 생산설비 투자에 따른 대규모 자금 부담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도 미국과 유럽 업체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의 약진에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독일 내 완성차 공장 한 곳과 부품 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 판매 부진이 불러온 결과다.
전기차 투자를 늦추는 것은 향후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중국 업체와 미 테슬라가 주도하는 판으로 굳어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 판매 1위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1∼7월 184만100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5.7% 증가했다. 2위는 테슬라(95만4000대)였다.
3위는 중국의 지리그룹(64만5000대), 4위는 폴크스바겐(52만2000대), 5위는 중국의 상하이자동차(49만4000대)였다. 현대차그룹(31만2000대)은 7위였다. 중국과 미·유럽 간 전기차 격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캐즘(수요 일시 감소)은 공급 측면에서는 전통 내연 자동차 중심의 강력한 공급 구조와 수요 측면에서 인프라 구축 부진이 맞물린 것으로, 상당 기간 전기차 세대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