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와 같이 목돈을 낸 후 계약 기간이 끝나고 전액을 돌려받는 개념의 ‘전세렌터카’가 사기극으로 끝날 것이라는 결과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전세렌터카가 화제가 모은 건 2018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원카’라는 다소 큰 규모의 업체가 유명배우를 모델로 세운 TV광고를 방영하고 특허를 받은 영업방식, 보증금 전액을 돌려준다는 지급보증서 등을 홍보하면서부터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려 내세웠던 것들이 먹히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실제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큰 돈 들이지 않는 무점포 창업’으로 알려지며, 사업 아이템을 찾던 퇴직자들이 하나둘 지점을 냈다.
원카의 사업방식은 이렇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격이 2000만 원인 전세렌터카를 이용하려면 보증금으로 전액을 납부한다. 그리고 매월 차값의 0.6%에 해당하는 관리비(12만 원)를 내고 타다가 4년 후 반납하면 2000만 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월 관리비에는 자동차보험료, 자동차세, 소모품 교환 등 정비료 등이 포함돼 있다. 4년 후 보증금을 받을 때도 전손사고 외에는 감가분이 없으며, 주행거리 무제한에 만 26세 이상 직계가족이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항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실제로 유지 가능한 사업구조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을 내야 하는데, 원카는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이에 대해 원카는 이렇게 설명했다.
“보증금으로 받은 차값의 25%를 캐피털 업체에 맡기고 할부로 차를 4대 구입한다. 1대는 계약자에게 주고 나머지 3대는 장기렌터카로 운영해 여기서 나오는 렌트비로 4대의 할부금을 갚아나간다. 4년 후 4대를 모두 매각해 계약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남은 돈이 수익이 된다. 일반적으로 4년이 지난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40% 정도임을 고려하면 보증금을 주더라도 오히려 돈이 남는 셈이다.”
원카는 또 전국에 영업본부와 지점을 두면서 이들로부터 가맹점보증금 명목으로 본부는 1억 원, 지점은 5000만 원을 받았다. 원카는 전국에 영업본부 35개소, 지점 171개까지 늘려 12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전세렌터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 회사의 사업방식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다른 경쟁업체들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원카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차량 출고 지연, 허위사실 홍보 등 논란이 일어났다.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했다거나 계약한 차가 2개월이 지나도 출고되지 않아 계약해지를 요청했는데도 계약금을 못받았다는 글 등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지급보증을 해주는 금융기관이 자주 바뀔 뿐 아니라 금융기관을 물어도 “차를 사면 알 수 있다”거나 지급보증서를 차 출고 3개월 후에 준다는 대답이 돌아와 보증금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어 보증금을 날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가맹점들 역시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어났다. 지점의 경우 ‘무점포’가 가능하고 영업지역 제한이 없어 원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는 만큼 보증금만으로도 몇 년간 버틸 수 있다거나, 나중엔 보증금을 노리는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원카의 사업방식은 계약자의 보증금으로 장기렌터카 3대를 출고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전세렌터카 이용자 1명당 장기렌터카 이용자 3명이 반드시 필요했으나 이미 포화 상태인 렌터카 시장에서 대기업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았다.
원카는 당초 계획과 달리 전세렌터카 계약을 받더라도 ‘1+3’ 구조가 아닌 1대만 출고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을 맺은 차량 외에 3대를 더 출고하기 위해서는 자체 자금이나 여신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여의치 않았다.
렌터카업계는 차량을 일시금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전체의 8%에 불과하고 대기업들이 진출한 장기렌터카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원카의 사업방식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업계는 원카의 전세계약이 늘어날수록 영업비 지출 등의 비용이 급증해 오히려 회사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내다뵜다. 원카가 대기업 렌터카업체들과 비교해 차 제조사 할인율, 캐피탈업체의 할부금리 및 수수료, 보험사 할인율 등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카에 대해 렌터카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카가 말도 안되는 렌터카사업을 벌였다”며 “전세렌터카 운영 방식은 ‘폰지 사기’와 같이 계속 유지될 수 없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폰지 사기는 실제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다음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을 받아 앞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사기 수법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피라미드식 금융 다단계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고소하자 원카 대표 A씨는 지난 4월 도주했고, 약 4개월 간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에서 잠복 중인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420여명으로부터 약 16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금 대부분을 도박 등 개인 용도로 탕진하고 일부는 후순위 계약자의 보증금으로 선순위 계약자의 차량을 출고하는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했다.
혁신기업을 표방한 원카는 잘 포장된 사기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경찰은 A씨 외에 공범이 더 있고, A씨를 고소한 이들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