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부산 국제모터쇼 ‘동네잔치’로 전락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7-11 05:20:36

기사수정
  • 패러다임 변화에 맞지 않고 전혀 새롭지 않아…볼거리도 실종

지난 2018년 6월에 열린 부산국제모터쇼 모습.

이달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2 부산국제모터쇼’가 완성차 업체들의 외면으로 ‘동네잔치’로 전락할 조짐이다. 그동안 격년으로 개최되던 부산모터쇼는 2020년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되면서 4년 만에 열린다. 올해 행사는 10회째다.

 

부산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신차와 이색 차량 전시, 시승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완성차업체의 참가가 크게 줄면서 신차 공개나 전시 모델 등과 같은 볼거리마저 사실상 실종 상태다. 

 

행사의 중심축이 돼야 할 완성차 브랜드 수는 6개로 국내에선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수입차는 BMW·MINI·롤스로이스가 부스를 꾸린다.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BMW그룹만 얼굴을 내미는 셈이다. 현대차가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뒤늦게 SK텔레콤이 참가해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소개한다고 밝혀 그나마 조직위의 체면을 세워줬다. 

 

다른 해외 모터쇼도 마찬가지지만 모터쇼는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완성차 업체들이 참가를 꺼리는 추세다. 모터쇼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신차를 공개하고 미래 신기술을 자랑하는 자리이지만,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모빌리티산업으로 재편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행사 이름에 '모터쇼'를 빼거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 전동 스쿠더, 드론, 카 셰어링 등 최근 등장한 새로운 이동 수단과 이동 형태를 소개하는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오래된 자동차전시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국제자동차전시회(IAA) 모빌리티쇼'로 명칭을 바꿨다. 신차 전시뿐 아니라 유인 드론 등 UAM, 전동 스쿠터·자전거·자율주행차 시승, 자율 주차 시연 등 다양한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 범위도 확장됐다. 행사 참가 업체도 IBM, 퀄컴, 화웨이 같은 정보통신(IT) 업체부터 자전거와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체까지 다양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도쿄모터쇼도 명칭을 '일본 종합 박람회'로 바꿀 예정이다. 내년 행사에선 탄소중립을 위한 일본 전체 산업의 비전을 소개할 방침이다.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는 지난해 '모터벨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LA오토쇼는 다양한 형태의 운송수단과 바이크 공유 솔루션, 트랜스폰더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한 기기들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 세계 모터쇼가 변신하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는 자동차산업 자체가 전장화된데다 자동차 외에 자율주행·UAM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와 I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신차 공개가 주를 이루는 모터쇼보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세계국제가전박람회(CES)’와 ‘국제가전전시회(IFA)’ 참가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시대에 맞지 않고 전혀 새롭지 않은 부산모터쇼를 왜 꼭 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모터쇼 인기가 급격하게 식어가는 가운데, 아무런 변화 모색도 없이 많은 구경꾼만을 모으려는 어수선한 이벤트와 서비스 행사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부산모터쇼는 열리기 전부터 ‘이 모터쇼의 특징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일부 자동차만-그것도 현대차와 BMW 두 개의 자동차그룹-전시하는 공간이라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의 모터쇼인 서울모빌리티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행사명을 모터쇼에서 모빌리티로 바꾸며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알렸으나 참가 브랜드는 10개에 그쳤다. 서울모빌리티쇼 참가 브랜드 수는 2015년 32개, 2017년 27개, 2019년 21개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홍콩계 PEF ‘어피니티’
  •  기사 이미지 승차 공유 빗장 푼 日,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  기사 이미지 국토부, 화물차 불법운행 합동단속…적재불량·과적 집중단속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사이드배너_정책공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