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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요금 인상에도 웃지 않는 택시업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9-06 17: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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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 폭 불충분, 원가 보전 수준에 불과”…택시요금 공청회 개최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교통문화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 택시요금 정책 개선 공청회'에서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택시운송원가 분석 결과 및 심야 승차난 해소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가 심야택시 승차난 해결을 위해 기본요금 1000원 인상과 심야할증 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겨 2시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택시업계는 원가를 보전하는 수준으로 별 효과가 없다며 인상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5일 오후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 3층 대강의실에서 택시요금정책 개선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택시 노사, 시민단체, 언론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택시대란이 사실상 인력대란인 마큼 오랜 기간 소득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문 택시요금 인상과 기사 처우가 개선돼야 택시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운송원가 분석 결과 및 심야 승차난 해소방안’ 발제를 통해 택시대란의 원인으로 수입 감소로 인한 법인택시기사 감소와 개인택시의 고령화를 꼽았다. 그는 “택시가 모자란 게 아니라 몰 사람이 없다. 택시대란이 아닌 인력대란”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 요금 조정을 통한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택시요금은 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수준으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에 비유할 수 있다”며 “그동안 택시요금 인상은 운송원가 상승을 보전하는데 그치고, 운송원가의 50~60%를 차지하는 인건비의 증가 추세도 쫓아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할증시간과 할증률 조정을 제안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오전 0~4시의 할증시간은 통금이 있었던 유신시대의 유산”이라며 “이용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매출을 증가하는 합리적 방안으로 할증률과 할증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택시의 할증시간은 오후 8시~오전 5시, 미국 뉴욕은 오후 8시~오전 6시다.

 

안 연구위원은 “많은 기사들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료를 지급받고 있다. 이 소득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나”며 “전반적 수준의 요금 인상은 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기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사 사납금제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재 중앙대 명예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추상호 홍익대 교수, 권용주 국민대 교수, 엄명숙 서울소비자모임 대표,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장진복 서울신문 기자,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조합 전무, 송임봉 서울택시조합 전무, 오봉훈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사무처장, 정지구 민주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장 등이 택시요금 정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교통문화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 택시요금 정책 개선 공청회' (사진 이병문 기자)

추상호 홍익대 교수는 “택시만으로 시민 이동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심야 이동난을 오로지 택시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것 같은데 택시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중교통에 대한 좀 더 자구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현 수준의 요금 인상으로 택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3년 뒤 또 공청회를 해야 한다. 택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택시업계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서도 최저임금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조합 전무는 심야할증요금 조정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은 야간근무시 통상임금의 50%를 더 받지만 택시는 고작 20%~40%의 심야 할증률“이라며 ”야간 노동강도를 고려하면 50∼100%는 줘야 하고, 시간도 외국처럼 오전 5시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요금규제를 하려면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지원을 해줘야 한다. 요금을 묶어놓고 이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송임봉 서울택시조합 전무는 “법인택시는 실질적으로 하루 46만원은 벌어야 운송원가를 맞출 수 있다”며 “운송원가를 반영하려면 기본요금이 6000∼7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요금 자동 물가연동제나 상·하한제를 도입해 요금에 물가가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전무는 “택시기사 처우개선과 유입을 위해 이번 택시요금 인상분을 회사가 부담하는 세금을 제외하곤 모두 기사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봉훈 전국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9∼10시간 장시간 근로를 해도 기껏 버는 돈이 최저임금 200만원”이라며 “저임금 구조를 끊어내야 택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처장은 “요금을 인상하면 사납금이 늘어나고, 요금 인상으로 인한 승객 감소분은 근로자가 그대로 안고 간다”며 “2000원 이상은 올려야 처우개선에 도움이 되고, 업체에 대한 상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구 민주택시노조연맹 서울본부장은 “내년 2월에 기본요금 인상을 한다고 했는데, 업계는 지금 하루하루가 힘들다. 최대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청회는 약 350여명이 참석했는데 전문가 지정토론 후 질의응답에서는 요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기사들의 목소리가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우리 얘기는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 탁상공론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란이 이어지자 경찰이 출동하면서 토론회는 서둘러 마무리됐다.

 

서울시가 마련한 택시요금정책 개선(안)은 기본요금 조정과 심야탄력요금제 적용이 골자다. 내년 2월 중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올리고 올 12월 초 심야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400m 줄이고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또 현재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겨 2시간 늘린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기존 할증의 두 배인 40%를 적용한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으로 중형택시 한 대당 수입이 6시간 운행 기준으로 낮 시간대는 1만7000원, 심야 시간대(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4시)는 4만3000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탑승 거리를 기준으로 승객 1인당 부담액은 낮 시간대 1395원, 심야에는 3514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요금 인상안은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며, 이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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