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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평생 車 할인 안 되면 파업한다는 기아 노조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0-04 08: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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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자 혜택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돼 소비자만 봉?

기아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서 퇴직자의 차량 할인 폭과 연령 제한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12차 본교섭에서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결렬됐다. 노조는 천막 농성과 특근 거부 카드까지 꺼냈으며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기아 측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은 무리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노사는 지난 8월30일 일찌감치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역대 최대 임금인상이지만 사내 복지를 다루는 단협 잠정합의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를 대상으로 평생, 2년마다 차량 가격의 30%를 깎아주는 ‘평생 사원증’ 제도를 시행 중인데 이번 합의안에선 차량 구입 시 할인 횟수를 2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늘리고, 평생 할인 대신 75세까지로 연령을 제한했다. 할인율도 30%에서 25%로 낮췄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게 사측 입장이지만 이 같은 제도 축소에 조합원 절반 이상이 반발했다.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임협 안은 가결됐지만, 단협 안이 41.9% 찬성에 그치며 부결돼 임단협 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임단협 협상 결과를 ‘임협 안’과 ‘단협 안’으로 분리해 투표한다. 투표 결과 2개 안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사측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

 

단협안이 부결된 이유는 기아 노조 내 인구 피라미드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아의 국내 임직원 구성을 보면 지난해 기준 50세 이상이 1만8874명으로 전체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임직원 3만4014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22년 2개월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기아에서 근무할 기간이 이미 근무한 기간보다 짧게 남은 노조원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로 퇴직 후 혜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단협 표결 통과 무산이 기아 노조원들 사이에 노노·세대 갈등으로 번질 기미다. 실제 기아의 젊은 직원 사이에선 “퇴직을 앞둔 이들의 욕심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아의 한 직원은 “25년 이상 근속했다고 평생 할인을 해달라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퇴직자들에게만 주는 혜택을 유지하기 보다는 당장 성과금으로 지급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태도에 따라 파업을 불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후 천막 농성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3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특근거부를 결정했다. 만약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다면 기아가 올해 완성차업계에서 유일하게 파업을 한 사업장이 된다. 앞서 현대차, 한국GM, 르노코리아 등은 무분규로 올해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도출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차량 출고 지연 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노조의 특근 거부까지 겹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생산에 차질을 겪게 되면 대기 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특근 거부가 장기화되거나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기아의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왜 기업이 퇴직자 복지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도 나온다. 역대급 임금 인상으로 사측의 재정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은퇴자 혜택까지 유지하려면 자동차 값 인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평생 30% 신차 할인은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자에게까지 신차 할인을 제공하는 자동차 회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이런 혜택을 평생 제공하는 회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기아 노사가 조그마한 문제로 갈등을 빚고 파업까지 가게되면 큰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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