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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 전문업체 퇴출·표준운임제 도입 국회 통과될까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2-20 08: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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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정, 3월 법안 통과 목표…논의 과정 순탄치 않아 진통 예상

경기도 의왕 IDC 에 서있는 화물차들 모습.  

정부와 여당이 지난 6일 공동발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그대로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김정재 국민의 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 골자는 지입(위수탁) 전문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고,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는 대신 표준운임제로 바꾸는 것이다. 

 

지입 전문업체 퇴출은 지입제 운영 운송업체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메가톤급 태풍이다. 정상화 방안대로라면 많은 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상화 방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강도가 높아, 그동안 지입제를 방어해온 논리가 일거에 무용지물이 됐다.

 

일반(법인)화물업계는 화물차 영업 범위가 전국적인 데다 차량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동안 지입제를 고수해왔다. 정부는 지입제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타도를 외치고 있지만, 현재 지입제는 불법이 아니다. 위수탁이라는 이름으로 화물차운수사업법에 합법화돼 있다.

 

화물운송산업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인 ‘지입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계속해서 지입제 개선을 시도했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운송 일감 제공 없이 번호판 장사 등 여러 명목으로 실제 일하는 차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노동의 몫을 중간에서 뽑아가고, 이를 화주와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기생구조를 타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 장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퇴출 대상 지입 전문업체 규모를 4000~5000개사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일반화물업체수는 1만3756개사로 이 중 3분의 1 이상이 퇴출된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은 정상화 방안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화물운송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무조사 카드는 당정이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운송업체가 번호판 값을 받아낼 때 소득 신고를 했는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지입 전문업체 퇴출은 개인 차주들의 오랜 바람이기 때문에 정부의 추진 속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도 찬성하는 입장이라 정부와 노동계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번 정상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안전운임제 폐지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의 삶을 ‘저운임으로 인한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역행시키는 정부 여당의 법안을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국회는 화물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안전운임제 연장안부터 우선 처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말 기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민의 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 단독 의결로 국토교통상임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69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법사위서 심사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직회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3월 국회 통과 목표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화물차운수사업법안을 가장 대표적인 민생법안, 중점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개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라 큰 진통이 예상된다.

 

일반화물업계는 정상화 방안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당수 업체가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어떤 수단과 방법을 찾아서라도 그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상화 방안대로라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으며 산업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화물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문제점 해결과 개선사항을 건의하고 업계 의견을 전달해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의 협조 없이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 마음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화물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개정안이 정부와 여당의 의지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법안 통과까지는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두 가지 합의점 마련이 함께 수반돼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의 원만한 국회 의결을 위해 지난 13일 물류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내달까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와 물류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업계를 달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보인다. 간담회에는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과 통합물류협회, 전국화물연합회, 전국화물주선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일하지 않는 운송사를 시장에서 퇴출해 지입제에 따른 폐단을 바로잡고 화주 자율 계약을 보장하면서 화물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등 화물 운송산업의 정상화를 추진한다”며 “이 과정에서 물류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 업계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화물운송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7차, 8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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