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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1만원 교통패스’가 생긴다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3-05 2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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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기후위기 대응 위해 도입 주장…정의당은 ‘3만원 패스’ 제안

1만원교통패스연대는 지난달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및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독일이 지난해 한 달에 9유로(약 1만2000원)만 내면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시범운영한 데 이어 오는 5월부터 정기권 금액을 올려 상시 도입하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1만원 교통패스’다.

 

5일 서울환경연합, 녹색교통운동, 민주버스노조 등 9개 시민단체가 모인 ‘1만원교통패스연대’에 따르면 “1만원 교통패스가 교통 분야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주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교통사고 등 교통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비교하면 이 정책이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1만원교통패스연대’는 “독일의 9유로와 비슷한 금액인 1만원으로 한 달 동안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며 “전면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한 뒤 그 효과를 평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1만원 교통패스와 취지와 같은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를 제안했다. 정의당은 “대중교통 요금 부담은 소득 취약계층이 더 크다”며 “3만원 프리패스를 도입하면 소득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의미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3만원 프리패스 도입에 필요한 예산 추정치도 내놓았다. 연간 약 4조632억원, 한 달에 약 3386억원이다. 국토교통부의 대중교통 현황조사를 바탕으로 전국 월평균 대중교통 이용요금(7만1398원)에서 3만원을 뺀 차액을 일평균 대중교통 이용 인원(약 818만명)에 곱해서 나온 수치다.

 

이들은 재원 조달 방안도 두 갈래로 내놓았다. 우선 유류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필요 재원의 절반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3년(2019~2021년) 연평균 교통·에너지·환경 세수는 15조원 정도다. 여기서 약 2조원 정도 떼어 값싼 정기권 제도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로 관리되는데 세수의 30% 남짓은 정부가 채권 시장 관리 등을 위해 조성·운용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전입된다. 이 전입금을 줄이면 2조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셈법이다. 지난해 전입금은 약 5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절반은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자체 세수인 교통유발부담금과 기존의 대중교통 기관에 대한 손실 보전금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교통유발부담금의 연간 세수는 약 4500억원 정도로 그중 절반이 서울시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와 지하철에 준 손실보전 지원금은 지난해 기준 약 1조1600억원이다.

 

이들의 주장은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경영 수지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정반대다. 1만원교통패스연대 회원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공공교통 확충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며, 지난달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및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시범운영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진행됐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팔린 티켓 수는 5200만장에 이르렀다. 독일 인구(약 8300만명)를 감안하면 5명 중 1명꼴로 매달 이 티켓을 산 셈이다.

 

독일운송회사협회와 독일연방통계청 등의 자료를 보면 9유로 티켓 도입의 취지는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상승률은 0.7%포인트 감소하고, 대중교통 수요는 25% 늘었다. 탄소배출량과 대기오염 수준도 각각 180만톤, 6% 남짓 감소했다. 26개 도시 가운데 23개 도시에서 교통 혼잡이 개선됐다.

 

반면, 저렴한 정기권을 유지하기엔 재정 부담이 크고 대중교통 산업 노동자의 높아진 노동강도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독일 정부는 이런 평가를 고려해 정기권 가격을 49유로로 끌어올려 오는 5월부터 ‘49유로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49유로 티켓 운영을 보조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15억유로(약 2조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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