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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 줄폐업‥사라지는 ‘서민의 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3-22 22: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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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3년새 18곳 폐업…이용객 갈수록 줄며 경영상황 악화

5월부터 문을 닫을 예정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버스터미널.

지역 사회의 거점이자 서민의 발 역할을 해온 버스터미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앞으로 폐업하는 버스터미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폐업한 전국의 버스터미널은 모두 18곳이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버스터미널은 296곳으로 이는 약 6%에 해당한다.

 

폐업한 곳은 대부분 인구가 적은 지방 도시가 많으나 경기도 성남시, 강원도 원주시 등 대도시의 버스터미널도 포함돼 있다.

 

한때 연간 240여 만명이 이용하던 경기도 성남버스터미널은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올해 1월부터 문을 닫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버스터미널은 오는 5월부터 문을 닫을 전망이다. 화정버스터미널 운영업체인 우리기업은 이용객 감소와 시설물 노후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사업면허 반납 의사를 밝혔다. 시민들의 버스 이용 편의를 위해 폐업을 보류해 달라는 고양시의 요구에 따라 올해 4월 말까지 계속 운영하기로 했으나 더 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버스터미널의 폐업이 이어지는 이유는 이용객이 갈수록 줄어들어 경영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본래 여객 운송이 철도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큰 데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매표수입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터미널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전국적으로 버스터미널의 매출액이 반토막이 났다“며 ”지역에 따라 심하면 80%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터미널 소유주들은 상업시설 등 수익성이 높은 다른 용도로 터미널을 개발하려고 눈을 돌리고 있다.

 

버스터미널이 사라지면 고령층 등 교통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버스터미널은 철도로 갈 수 없는 곳이거나 산간오지 등 교통 소외지역까지 연결해주는 교통시설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거점이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이 없어지면 지역 소멸 가속화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버스터미널 폐업을 막기 위해 지자체 등 공공이 나서서 위기에 놓인 터미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버스터미널은 민간기업인데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지원 근거도 없어 대부분 지자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들은 폐업한 버스터미널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21년 8월 폐업한 전남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2020년 7월 폐업한 전남 광양버스터미널 등은 현재 지자체가 직영하고 있다.

 

또 전북 고창군은 매각을 추진 중인 고창여객자동차터미널을 사들여 군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고창터미널은 민간사업자가 197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나 경영난 등을 이유로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울주군은 지난 2017년 폐쇄 이후 5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을 위해 땅 주인과 협상 중이다. 울주군은 부지 매입이 순조롭게 될 경우 터미널 재개 또는 주민 편의시설 설치 등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도 터미널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수도권과 달리 민간 운영이 대부분인 지방 버스 체계 특성상 터미널만 공영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이 진행될수록 지방 버스운송업이나 버스터미널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버스터미널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할 예정인 일부 지자체들도 앞으로 이용객이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인지라 갈수록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버스터미널은 버스라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산간오지 등 교통 소외지역에까지 갈 수 있는 지역 사회의 거점이다. 민간업자의 적자를 이유로 공공성에 대한 검토없이 터미널이 사라지는 건 문제다. 정부나 지자체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폐업한 버스터미널. ( )은 폐업일자.

 

▲경기도 포천시 운천시외버스터미널 (2021년 7월) ▲성남시 성남종합버스터미널(2022년 12월) ▲강원도 원주시 원주고속버스터미널(2021년 1월) ▲충북 영동군 영동시외버스터미널(2020년 12월) ▲전북 김제시 원평시외버스터미널(2022년 2월) ▲남원시 남원고속버스터미널(2022년 3월) ▲익산시 익산고속버스터미널(2022년 12월) ▲전남 광양시 광양종합버스터미널(2020년 7월) ▲곡성군 곡성시외버스터미널(2020년 2월) ▲석곡시외버스터미널(2020년 2월) ▲고흥군 고흥시외버스터미널(2021년 2월) ▲녹동시외버스터미널(2021년 1월) ▲영암군 영암시외버스터미널(2021년 8월) ▲신북시외버스터미널(2021년 6월) ▲경북 청도군 청도시외버스터미널(2020년 8월) ▲울진군 매화시외버스터미널(2021년 7월) ▲기성시외버스터미널(2021년 7월) ▲성주군 성주시외버스터미널(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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