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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사망한 택시기사의 투쟁·요구사항 ‘완전월급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10-07 12: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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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부터 서울에서 우선 도입됐지만 여전히 논란거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6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방영환 씨의 추모제를 열었다.

임금체불 규탄과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며 회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 방영환(55) 씨가 6일 오전 6시18분께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방 씨는 올해 2월부터 1인 시위를 지속하던 중 227일째인 지난달 26일 오전 회사 앞 도로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은 뒤 분신을 시도했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였다.

 

방 씨가 분신 사망한 배경에는 택시 완전월급제와 사납금 폐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등 택시업계의 해묵은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2017년 해성운수에 입사한 방 씨는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노조 활동을 하던 중 2020년 2월 해고됐다가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승소판결을 받고 복직했다. 

 

방 씨는 회사가 제시한 사납금제에 근거한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했고, 주 40시간 근무를 해도 사측이 사납금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승객이 승차한 시간인 실차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급하자 체불임금 지급과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며 회사 앞에서 시위해왔다.


택시 완전월급제는 국토교통부가 택시기사의 안정적 수입과 과속·난폭 운행 방지, 사고 예방을 위해 2021년 1월부터 서울 지역에서 우선 도입했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다. 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이외에 다른 시·도의 경우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공포 후 5년(2024년 8월) 이내에 국토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도입하기로 했으나 택시업계와 일부 시·도의 반대로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법인택시 월급제의 확대시행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수행기관 한국교통연구원)을 마치고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해 2020년1월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사납금제는 택시기사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제도다. 사납금보다 수입이 적을 경우, 그 부족분은 택시기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장시간·위험 운전을 선택하도록 내몰렸다.


전액관리제는 기사가 벌어들인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노사 협의에 따라 정해진 월급(기본급+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법으로 정해 도입했으나 지키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
 

전국의 많은 택시회사들은 전액관리제를 도입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종전의 사납금제를 고수하거나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액관리제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일단 운송수입금을 전부 넘겨받은 뒤 사납금 이상의 금액은 다시 돌려주거나, 월 기준 운송수입금으로 이름만 바꿔 운영한다. 월 기준 운송수입금에 미달하면 월급을 깎고,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기사와 회사 측이 6대 4, 또는 7대 3으로 분배한다.

 

택시회사들은 처음부터 전액관리제에 반대했다. 택시운송업은 배차 후 운전기사가 사업자의 감독과 통제에서 벗어나 영업을 하는 특수성이 있어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전액관리제 시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기사 각자가 벌어들이는 수입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정액의 월급을 달라는 것은 결국 적자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사들은 전액관리제 월급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기사의 불성실 근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월 기준금을 책정하고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성과급, 미달금액에 대해서는 감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택시업체 사장은 “전액 관리제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기사 간 임금 편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불성실 기사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며 “성실한 기사가 불성실한 기사와 비슷한 월급을 받게 되면 상실감을 갖게 되고, 기사들이 일을 게을리하면 회사경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들 중에는 의외로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기사들도 꽤 있다. 정해진 액수를 매일 회사에 납부하고 일정한 월급을 받으며 나머지 수입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높은 영업 성과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송수입금을 많이 올리는 기사들은 월급이 인상되면서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 부담료가 같이 올라간 점이 큰 불만이다. 사납금제에서 사납금 초과금은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기사들은 해당 부분만큼 이득을 볼 수 있었고 4대 보험 부담료도 적었기 때문이다.

 

기사들 중에는 ”종전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돼 기존 사납금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월급제 전액관리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이처럼 택시 완전월급제와 전액관리제에 대해 노사 모두가 반발을 보이며 사실상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택시발전의 방향성은 맞기 때문에 제도 정착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보고, 이들 제도를 수정하는 계획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월급제 전액관리제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 양측의 잘못된 인식이라며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십 년 간 이어져온 오랜 악습이 단번에 바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노사 모두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회사 소속의 근로자다. 운송수입은 모두 회사 것이 돼야 하고, 근로자는 월급과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며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월급제를 통해 서비스 개선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통·노동 관련 전문가들은 택시 완전월급제와 전액관리제를 놓고 현재와 같은 혼란이 지속된다면 노사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방 씨의 분신 사망에 앞서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C택시회사 대표 A씨가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사 공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방씨의 분신 사망은 열악한 노동조건, 불법 사납금제와 임금착취가 자초한 결과”라며 “현재 택시회사들이 겪는 인력난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택시회사들은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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