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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연합회장 집권 28년…이게 가능해?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11-08 07: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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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도 조합 이사장 16명이 회장선출…법·정관 개정 목소리 높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국택시연합회 건물 입구.

내년 초 실시될 제30대 전국택시연합회장 선거에 박복규 현 회장의 출마 여부가 벌써부터 큰 관심이다. 전국택시연합회는 전국 법인택시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단체다. 박 회장은 지난 1999년 3월 제21대 회장 잔여 임기를 맡은 이후 무려 25년간, 9대에 걸쳐 장기집권하고 있다. 

 

1947년생인 박 회장은 51세 나이로 회장에 당선됐으며 어느덧 올해 76세다. 박 회장의 제29대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로, 제30대 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일반 상식을 뛰어넘은 박 회장의 집권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과 의문을 나타낸다. 특히 박 회장 재임기간 중에 법인택시는 총체적으로 몰락과 쇠퇴의 길을 걸어왔는데 이를 책임져야 할 박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법인택시의 몰락과 쇠퇴는 각종 통계와 자료, 여러 사례에서 입증된다. 올 8월 말 현재 전국의 택시업체 수는 1646개사, 면허 대수는 8만3725대, 운전자 수는 7만421명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8월 말 업체 수 1716개사, 면허 대수 9만923대, 운전자 수 12만3724명에 비해 각각 4.1%, 7.9%, 43.1% 줄어든 것이다. 특히 운전기사 부족으로 가동률이 30~40%에 불과해 사실상 법인택시는 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전국적으로 법인택시 폐업·휴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 9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택시업체 대표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회사는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254개사 중 2개사가 파산하고 4개사가 휴업 중이며 상당수 업체들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 중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업체들도 있다. 

 

부산에서도 중견 택시업체였던 대도택시와 금륜산업이 연달아 문을 닫았다. 전남 광주에서도 최근 한 택시회사가 폐업한 후 인수자를 찾지 못해 아예 면허가 취소됐다.

 

박 회장은 이처럼 법인택시가 망하고 있는데도 업계 대표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으나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통단체는 물론 다른 업종의 어느 단체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10연임을 노리고 있다.

 

박 회장이 내년 초 실시될 제30대 회장 선거에 당선되면 새 임기 3년이 추가돼 2027년 3월까지 무려 28년간 회장직을 맡게 된다. 박 회장은 연합회장에 앞서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을 6년간 했다. 올해로 단체장만 31년째이기에 단체장을 명예·봉사의 자리보다는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박 회장이 이처럼 장기집권하고 있는 배경은 연합회가 전국 16개 시·도 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합을 대표하는 이사장 16명이 연합회 사업계획과 예산, 중요 사항 등을 과반수로 결정한다. 회장선출도 이들 손에 달려 있다.

 

박 회장도 회장으로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회장에 당선되려면 이들 중 8명 이상의 표만 확보하면 된다. 박 회장이 이들을 개인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국의 법인택시 대표들 대부분은 박 회장이 업계의 수장으로서 그동안의 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연합회장을 전국 택시업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면 박 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임기를 마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나 연합회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59조(연합회)에 따르면 조합은 국토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합을 연합회 설립·구성원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회 정관도 각 시·도 조합을 회원으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업체 수에 비례한 대의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래전에 연합회 운영의 주체로 자리잡은 16개 시·도 조합 이사장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서울의 한 택시업체 대표는 “한 특정인이 30년 가깝게 회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연합회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며 “연합회가 16개 시·도 조합 이사장들의 ‘놀이터’로 변질됐기 때문에 어느 형태든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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