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화물차 주차장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주민 반대로 2년째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된 인천 송도 화물차 주차장을 둘러싼 갈등이 관련 소송 결과가 나온 뒤에도 심화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지난달 31일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제기한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물차 주차장 운영에 필요한 가설건축물을 만들려는 IPA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천경제청의 축조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IPA는 앞서 50억원을 들여 2022년 12월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2단지에 402면 규모(5만㎡)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한 뒤 무인주차 관제시설 등 가설건축물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인천경제청의 반대로 불발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IPA는 이번 1심 판결이 인천경제청의 항소 없이 확정되면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는 화물차 주차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IPA는 인천항의 화물차 통행량 증가로 주차난이 심각하고 불법 주차 문제도 심화하고 있어 주차장 확충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IPA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에는 소송에 대응하면서 주차장을 운영할 다른 방안이 있는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 수리할 뿐 주차장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차장 대상지는 항만법에 따른 지원시설용지로 특정인만 사용할 화물차 주차장은 들어설 수 없다고 인천경제청은 주장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1심 판결문의 대부분 내용을 수긍하기 어려워 항소하기 위해 법무부 지휘를 받을 예정"이라며 "화물차 주차장은 항만법상 임항(항만) 교통시설 기준도 충족하지 못해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소송전에 지역 정치권과 주민단체도 가세하면서 화물차 주차장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을) 의원, 국민의힘 김기흥 연수을 당협위원장, 이재호 연수구청장도 최근 화물차 주차장 운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번 소송은 가설건축물 신고 처리와 관련된 것일 뿐 화물차주차장 사용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송도시민총연합회도 지난 1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간 주민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송도 화물차 주차장 조성을 반대해왔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청 항소와 별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신속히 방법을 찾아 화물차 주차장 폐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도 주민들은 2018년 화물차 주차장 계획단계 때부터 "주거지에서 700∼800m 정도 떨어진 장소에 화물차 주차장이 들어서면 소음·매연, 교통 혼잡, 안전사고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반면 화물차 기사들은 인천시에 등록된 5t 이상 화물차는 2만2000여대(2020년 기준)에 달하지만 주차장(차고지) 확보 비율은 24%에 불과하다며 주차장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항만물류업계와 노동자들은 앞서 2021년 집회에서 "화물차 주차장 조성사업은 2007년에 결정됐으나 지역 민원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주차장 건립이 늦어지면서 수많은 화물노동자와 운송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