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가 국내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진 자동차 거래금액은 3조 147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2% 많아졌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온라인 자동차 거래액은 5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테슬라가 시작했으나 3년 전 현대차가 창립 이후 최초로 온라인으로만 판매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등장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캐스퍼는 지난달까지 3년간 누적 판매량이 13만 대(13만3043대)를 돌파했다. 캐스퍼가 출시되기 전 2020년 2조1249억원에 그친 온라인 자동차 거래액은 매년 평균 1조원 규모로 증가해 두 배 넘게 커졌다.
올들어 국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도 캐스퍼다. 1~8월 현대차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9.8% 감소했지만, 캐스퍼는 2만8784대로 1.4% 더 많이 팔렸다.
지난달엔 5031대가 팔리며 현대차 레저용 차량(RV) 라인업 중 싼타페(5715대)에 이어 두 번째 인기 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캐스퍼의 질주 덕분에 2021년 10만 대 밑으로 내려간 국내 경형 시장도 지난해 12만 대 수준을 회복했다.
캐스퍼의 성공 비결은 ‘입소문’이다. 자동차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생활용품 등 다른 소비재와 달리 가격대가 비싸고 안전과 직결된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쌓이며 ‘가성비’ 좋은 차로 소문나며 꾸준히 팔리고 있다.
테슬라도 국내 소비자의 온라인 자동차 시장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5개 차종을 온라인으로 판매 중이다. 국내 영업을 본격 시작한 2019년 판매량이 2430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1만6461대로 6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1~8월 판매량은 2만2268대로 상품성과 온라인 판매 장점이 결합해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수입차 시장 3위로 뛰어올랐다.
다른 수입차 회사들도 온라인 차 판매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BMW코리아는 같은 해 500대를 온라인으로 팔았는데 지난해엔 이 수치가 1만6853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온라인 자동차 판매 시장이 더 성장하는 데엔 한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스퍼가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생산하는 차종이어서 노조와 타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등의 인기 차종을 온라인에서 팔기 위해선 판매노조 수천 명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국내 생산 차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하고 타호, 시에라,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 비주류 차종만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서 중고차 플랫폼 기업도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올해 상반기 온라인으로 판매한 차량은 3만3759대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가 비대면 구매에 익숙한 데다 직접 타보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온라인 자동차 판매 규모는 꾸준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