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2025.2.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입차 관세 규모로 '25%'를 언급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의 지난해 수출액은 707억 8900만달러로, 이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 4400만달러로 비중이 49.1%다. 작년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 41만대 가량이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략상 일단 세게 때려놓고 바꿀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트럼프 1기 때와 다르게 우리 정부 리더십이 부재한 데다 정부 차원에서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여 일정 부분 수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지만, 대(對)미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GM의 경우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현지 생산시설 투자가 어렵다.
반면, 대미 수출이 없는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는 사정이 다르다. 르노코리아의 주력 수출시장은 유럽이다. KG모빌리티는 올해 동유럽 및 중남미, 중동 등을 타켓으로 역대 최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런 예상을 두 배 이상 웃도는 '25% 카드'를 꺼내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 언저리의 관세를 예상했는데 25%면 상당히 큰 것"이라며 "만약 25%가 현실화한다면 대응할 방법이 별다르게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크기는 하지만 한국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며 "자동차 부품 수출이 늘어난 것은 미국 완성차의 중간재로 활용됐고 그에 따라 미국 고용이나 생산에 기여한 부분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을 통해 한국산 픽업트럭의 관세(25%)를 2040년까지 유지한 바 있다. 그는 "만약 내가 한국의 관세를 연장하지 않았더라면 한국과 중국산이 지금 (소형 트럭업계에서) 우리를 파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산 내연기관 픽업트럭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관세 부담이) 같이 올라간다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겠지만, 선택적으로 한국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 공장은 원래도 가동률이 낮아지는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는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 상실과 수출 감소·생산량 축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