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도로교통공단 인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어르신들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와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부각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정말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많은 것일까? 통계를 보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비율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진 않다. 그렇다고 가장 낮지도 않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103만7516건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17만418건으로, 전체의 16.42%를 차지했다. 연령 계층별로는 50대(24만2076건·23.34%), 40대(18만5628건·17.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특징은 사고 건수 대비 인명피해가 많다는 점이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 5년간 3678명으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사망자 수(1만4632명) 중 약 25%를 차지했다. 사고 발생 건수는 40대와 50대 운전자보다 적지만, 사망자 수는 그보다 많은 것이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 비중은 매년 늘고 있는데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고령인구 1306만명 중 48%인 498만명, 2040년에는 1724만명 중 76.3%에 달하는 1316만명이 운전면허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운전자 대책으로는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갱신 시 치매안심센터에서 기초적인 인지선별검사(CIST)를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의무교육에서도 운전과 관련한 자가 진단을 하지만, CIST 검사와 공단 교육 모두 실제 운전 능력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하면 대중교통비를 지원해주거나 현금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지원이 1회에 그치고 금액도 10만∼30만원에 불과해 반납률은 수년째 2%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화는 속도와 증상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운전과 관련한 인지능력과 신체기능도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이유로 고령 운전자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노인의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나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운수종사자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만큼 직업 선택의 자유와 생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단순히 ‘특정 연령층이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는 방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대책은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이 전제된 상태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교통 인프라가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에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