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진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 원인과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싱크홀은 지름 20m, 깊이 20m가량으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싱크홀에 빠져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지하철 9호선 연장 굴착 공사와 상수도관 등 복잡한 지하 시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당시 싱크홀 발생 지점 아래에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서울시는 싱크홀의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공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일단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는 상수도관도 지나가는데, 상수도관 파열로 싱크홀 내부에 토사와 물이 유입돼 펄이 만들어지면서 배수 작업과 실종자 수색도 난항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지하 굴착공사나 상수도관으로 인한 누수로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지난 2014년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빈 공간) 발생 원인을 조사한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의 단장이었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그때와 99% 똑같다"고 말했다.
당시 박 단장은 동공 발생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3단계 실드 터널 공사를 지목했다, 공사 지역이 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인 '충적층'이었음에도 실제 공사 과정에서 지반 침하를 대비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역시 인근에서 지하철 공사가 이뤄졌다는 점, 지반이 충적층이었다는 점 등에서 굴착 공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터널 공사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차수공법(물막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함께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선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하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른 외부 전문가로 조사위를 구성한다.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싱크홀 우려가 높은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장소가 지하철 공사장 인근이라는 점을 고려해 도시철도 건설 공사구간 42㎞와 주변 보·차도 20㎞에 대해 전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추후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가 진행되는 공사장 300여개소 주변 도로에 대해서도 GPR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는 상하수도를 포함한 지하 시설물, 지하철 9호선 공사, 토질적 특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싱크홀 사고 예방을 위해 지하 굴착공사 안전 지침 준수 여부를 따지고 지하 매설물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