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현대차 인증 중고차 센터.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이 다음 달 해제되면서 중고차 판매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3년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을 승인하면서 영세사업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했다.
2023년 5월1일부터 1년간 현대차는 전체 중고차의 2.9%, 기아는 2.1%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024년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1년간 현대차 4.1%, 기아 2.9%로 제한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5월)부터 이들 제한이 풀려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국내 중고차 시장은 이전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정관의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했는데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기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온라인 판매 위주로 진행했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약 234만대로 신차 시장(약 164만대)의 1.4배 수준이다.
한때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00만대를 넘으며 신차 대비 2배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컸지만, 중고차 품질과 허위 매물 등 소비자 피해와 불만이 쌓이면서 시장이 축소됐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신차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며 중고차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 인증 중고차의 경우 직접 차량을 검수하고 보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현대차와 기아는 5년·10만㎞ 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평가해 판매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점유율 제한이 해제됨에 따라 중고차 시장은 인증 중고차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렌터카업계도 중고차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사 중고차 장기렌터카 플랫폼 '마이카 세이브'에 중고차 매매 사업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렌탈은 올해 중고차 B2C 매출 목표를 1550억원으로 잡았고, 내년에는 352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기존 매매센터 외에도 수도권 및 지방 거점에 추가 매매센터를 열 예정이다.
SK렌터카는 지난 2023년 인증 중고차 동탄센터를 연데 이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고차 매매단지 천안 오토아레나를 1040억원에 매입하며 자체 경매장을 확보했다. 기존에는 중고차 매각을 딜러에게 위탁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직접 매매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대형 렌터카업체들의 인증 중고차 판매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해소되고,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론 품질 보증 외에 가격적인 메리트가 판매 경쟁에 큰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