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여신상(변호사회관)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과거 2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고한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과거 버스기사의 소액 횡령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함 후보자가 재판장이던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민사1부는 2017년 1월 버스 기사 L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L씨는 승객 4명으로부터 수령한 승차요금 4만6400원 중 2400원을 착복했다는 이유로 2014년 4월 해고됐다. L씨는 해고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해고가 타당하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승차요금 2400원을 피고(버스회사)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는 '운송수입금의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해고와 관련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한 요금이 2400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버스 운전기사로서 요금을 관리하는 이상 기본적으로 그 횡령액이 소액일 수밖에 없고, 소액의 버스요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피고로서는 소액의 운송수입금 횡령도 사소한 위반행위로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해고가 지나치지 않다고 판단했다.
L씨는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함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잦은 횡령으로 운영이 어려웠던 회사가 근로자 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액수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횡령을 해고 사유로 하기로 합의했고 노동조합장조차도 증인 신문 과정에서 소액의 횡령이라도 해고 사유가 맞다고 인정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재판부도 고심 끝에 판결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가 판결 전 회사 측에 원고를 복직시킬 것을 권고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음에도 오히려 원고가 이의를 했고, 당시 법원 외에서 회사를 비난하는 등 신뢰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 오석준 대법관도 지난 2022년 9월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당시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를 해임한 버스회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었다.
버스기사 K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요금 8800원 중 8000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자동판매기 커피값으로 사용)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잔돈 관련 관행 등을 인정해 ‘징계가 과다하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와는 달리 재판부는 800원 횡령이 ‘고의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버스요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해임이 가능하다’는 노사 간 단체협약을 인용, 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K씨는 소송비용이 없어 항소도 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들 판결과 달리 유사한 사건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퍈결도 있다. 2013년 진주∼전주 노선을 운행하던 버스 기사 A씨는 현금을 받은 사실을 깜빡해 3000원을 횡령한 문제로 해고됐으나 2016년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해고는 과하다. 회사는 그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했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