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종료 예정인 경기버스라운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많은 일들을 하지만 특히 교통행정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주민 편의를 높여 체감 효과가 큰 데다 곧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이 야심차게 추진한 교통행정 중에는 실패한 사례들이 꽤 있다.
경기도민의 버스 이용 편의를 위해 만든 경기버스라운지는 저조한 이용률 끝에 이달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 사당역 4번 출구 인근 건물 3·4층에 위치한 경기버스라운지는 지난 2020년 10월 개소해 현재까지 27억 6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다. 하루 평균 약 120만원을 썼지만 이용자는 하루 63명에 불과했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은 라운지에서 쉴 이유가 도대체 없다. 라운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면 정류장에 다른 승객들이 계속 밀려와 줄을 서기 때문에 버스를 탈 수 없다. 제시간에 버스를 타려면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라운지를 이용하고 싶어도 가볼 수가 없다.
이처럼 잘못된 교통행정 사례는 또 있다. 경기 도내에 설치된 21곳 택시기사쉼터다. 택시기사들에게 양질의 휴식처를 제공하자는 취지이지만 쉼 없이 운전해야 하는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쉬기가 어렵다.
경기 도내에는 3만8000대의 택시가 운행 중인데 21곳 쉼터 이용자는 하루 572.4명이다. 한 곳당 하루 평균 27명이 이용했다.
이처럼 이용률이 낮아도 예산은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경기도는 택시쉼터에 최근 5년(2020~2024년)간 25억12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택시기사쉼터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설치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역 곳곳을 이동해야 하는 택시 운행특성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데 택시운전은 그렇게 한가로운 직업이 아니다.
서울시는 시민들 출퇴근을 위해 한강버스를 운행할 계획인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과거 수상택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도입했던 출퇴근용 수상택시는 저조한 이용률로 없어진 유물이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선착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계획이지만, ‘한강’이 갖는 자연적인 구조 문제로 교통수단으로서 한강버스가 갖는 효용성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는다.
불요불급 예산의 상당수는 정치(政治)가 시작했다. 경기버스라운지의 경우 어느 정도 실패를 예견했으며 설치된 후에도 폐쇄 필요성을 모두 다 알았다. 하지만 도지사의 작품이라 말릴 수도 손대기도 어려웠다. 택시기사쉼터나 수상택시, 한강버스도 아마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큰 인기를 얻은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 공신은 서울시장 때 추진한 버스 준공영제와 청계천 복원이라는 두 가지 행정 치적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9년 인천을 끝으로 버스 준공영제 시행 도시는 확대되지 못하고 있고,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자체도 매년 늘어나는 재정지원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도상 한계에 부딪히며 현실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감히 말리랴. 다만, 철저한 분석을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함은 자명하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