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앞 버스
국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운영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대부분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비용지출이 급증하면서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제는 대중교통 운영을 교통이 아닌 국민복지 차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7조 원이 넘는다. 차입금에 따른 하루 평균 이자만 3억7000만여 원이다. 서울 시내버스도 적자가 일상화되면서 시가 매년 엄청난 금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2011년 2200억 원이었던 시의 재정지원은 최근 3년간(2022~2024년) 3조 원 가깝게 달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비슷하다. 지하철·버스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는 적자를 메꿀 수 있을 만큼 요금을 올리면 해결될 수 있지만,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은 지하철·버스를 국민의 이동권을 위한 공공재로 여기는 인식이 높아,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앞으로도 지자체는 대중교통의 적자 운영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이제는 지하철·버스, 그리고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을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복지 인프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이른바 ‘공짜버스’, ‘100원 택시’ 등의 사례는 이미 교통수단이 복지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통경제 취재 결과, 무료버스를 도입한 지자체는 11일 현재 9곳이다. 모두가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으로 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버스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들이다.
무료버스는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이나 나이, 횟수 관계없이 모두가 공짜로 맘껏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교통복지는 지방 소멸 위기 극복과 주민 교통편의 향상, 고령자들의 건강증진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부문과 연결된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정책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교통과 복지의 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통복지의 정책적 효과와 이점은 ‘공짜버스’, ‘100원 택시’ 등의 사례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대중교통 운영을 여전히 교통정책으로만 접근하는 방법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복지의 관점에서 교통을 바라보고 정책과 예산 구조를 바꾸는 일을 미뤄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교통 관련 법률들은 대개 ‘사람과 재물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효율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교통을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한 법률들이 있기는 하다. 복지정책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등에는 교통복지 관련 규정이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으로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있다.
교통복지는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기에 우선 법적·독자적인 분야로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교통복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념과 범위를 정리하고, 국토부와 복지부, 지방정부 간의 협업체계를 구축하며,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중교통 운영에 대한 지원은 주로 교통특별회계나 일반회계에 의존해 왔다. 점점 커지는 대중교통 운영 손실을 감당하기엔, 지자체 재정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당장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도 교통이 아닌 복지부문과 연계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