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버스 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마을버스도 ‘환승손실액’에 따른 재정 현실화를 요구하며 운행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16일 오후 2시 영등포구 대림동 조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정지원기준액 신속 결정 및 현실화 등 촉구 서한문'을 의결했다.
조합 측은 "서한문을 서울시에 전달하면서 오는 20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며 "답이 없으면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파업(운행중단) 또는 준법운행 등의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의 운행중단은 버스 기사들이 아닌 운송업체가 하는 것으로, 기사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진행하는 통상의 파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 마을버스 운수업체는 140개사다.
서울 마을버스는 지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중교통 환승제’에 따라 ‘지하철-마을버스’ ‘버스-마을버스’ 간 환승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승손실액이 매년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의 주장이다.
실제 마을버스의 경우 지하철과 시내버스 사이에 거쳐 가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요금수익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몰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시가 손실분을 다 보전해주지도 않는데, 버스가 다닐수록 손해를 보는 현 구조에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운행이 어렵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는 환승손실액을 제대로 보전해 주지도 않으면서 마을버스 손실액 일부를 재정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선심 쓰듯 지원하고 있다”며 “그나마 시는 아직도 금년도 재정지원 기준액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원기준액은 운송원가 산정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시와 마을버스조합은 통상 연초에 운송원가를 책정해왔다. 재정지원기준액이 높을수록 마을버스의 재정부담이 줄어든다. 조합은 현재 서울시와 재정지원기준액 책정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으나 5월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조합은 안전운행과 배차 간격 유지를 이유로 올해 재정지원기준액 54만원을 시에 요청했다. 마을버스 차량 한 대당 2.48명의 운전기사를 전제로 책정한 금액이다. 지난해 책정된 마을버스 재정지원기준액은 48만6098원이었다.
그러나 시는 조례상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기준액을 책정할 수 있다면서 약 49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업계 정상화를 위한 인센티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서울시가 오는 20일까지 마을버스 재정지원기준액을 즉각 결정하고, 마을버스 요금을 시내버스와 동일한 수준까지 인상할 것도 요구했다.
조합 관계자는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마을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마을버스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마을버스 지원 예산은 2022년 495억원, 2023년 455억원, 2024년 361억원이었다. 올해 지원 예산은 41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