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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 ‘휘청’…부품업체 위기 현실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10-03 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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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부품사들 워크아웃·법정관리…줄도산 공포 확산
  • 1~2개 완성차에 납품 의존, 고질적 ‘하청문화’ 등 원인


▲ 지난 5월31일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모습.


한국 자동차산업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경영난에 몰린 부품업체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자동차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지난 7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중견 부품업체 다이나맥·금문산업·이원솔루텍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한 경제매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 자동차부품사 82곳 중 25(30.5%)이 적자를 냈을 정도로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은행에서 빌린 돈마저 제 때 갚지 못해 부품사들의 연체율도 눈에 띄게 높아진 상황이다.

 

완성차업체들의 전망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한계 기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수준인 2~3%대로 추락했다.

 

자동차산업의 직접 고용도 2.3% 줄었다. 지난 8월 자동차산업의 직접 고용(고용보험 가입자 수)391000명으로, 작년 말(40만명)에 비해 9000명 감소했다. 한국GM 위기로 퇴직한 2700여 명 외에도 중소기업에서 그 두배의 실직자가 나왔다. 제조·서비스업을 통틀어 고용 감소폭이 조선업과 함께 가장 크다.

 

올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자동차 생산이 400만 대를 처음 넘긴 것은 지난 2010(427만 대)이다. 2012456만 대로 정점(頂點)을 찍은 뒤 지난해 411만 대까지 줄어들었다. 우리 자동차 산업 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가 발표한 9월 판매실적도 심각하다.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한 11130, 수출은 6.5% 감소한 568320대에 그쳤다.

 

한국과는 반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자동차 산업이 회생하고 일본·유럽 메이커들도 호조다. 세계 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9000만대를 돌파한 지난해에도 한국 자동차는 7%나 줄어들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동차업계의 부진한 경영 혁신과 낡은 노동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영진은 전기차 같은 시장 트렌드를 읽는 데 실기(失機)했다. ‘귀족 노조는 세계 최저의 생산성으로 세계 최고의 임금을 받는다.

 

부품업체들이 더욱 위기에 몰리는 원인은 하나의 완성차에 납품을 의존하는 종속 구조 때문이다. 독일·일본 등 해외 강소 부품사들은 납품처 다변화로 위기 때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국내 업체 한두 군데에 의존하는 국내 부품사들은 타격이 훨씬 크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하청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1, 2차 밴더사들 수익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고, 이익률까지 정해주는 통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더욱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가솔린, 디젤 엔진에서 전기차, 수소차로 바뀌면서 부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부품사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불리해지고 있는 셈이라 국내 8000여 곳에 달하는 부품사들의 줄도산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4%, 수출의 11%를 담당한다. 직접 고용 규모는 조선업(128000)3배이고, 운송·정비·판매·자재 등 전후방 효과까지 따지면 177만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준다. 주력 중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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