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한때 친환경을 자랑하던 천연가스(CNG)·LPG차가 ‘찬밥’ 신세로 밀려나고 있다.
25일 가스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 수송 정책에 매년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 일반 승용차는 물론이고 버스, 화물차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고 있는 사이에 과거 막대한 예산이 지원된 CNG·LPG 차량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가스업계는 정부의 친환경 수송 정책이 바로 그 정부의 전기·수소차 확대 정책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을 비롯한 부산과 대구, 인천, 대전 등 광역시에서는 그동안 친환경 차량으로 선전하던 CNG버스가 전기버스로 대체되고 있다. 정부가 환경친화적이라며 CNG차량을 확대 보급하는 과정에서 민간에서는 CNG충전소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데 현재는 적자가 발생해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불과 한 해 전에 LPG 차량 확대 보급 계획을 밝혀놓고도 정부는 LPG화물차와 어린이통학차 전환사업의 내년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또 2019년 3월 LPG 연료 사용제한을 전면 폐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LPG차 수요가 늘어나고 LPG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10년대 초반 최고점을 찍은 후 10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LPG차 등록대수는 계속 감소 추세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등록된 LPG차는 199만5740대로 1년 전 대비 1.3% 감소했다. LPG차에 대한 규제 폐지가 시작된 2019년에도 LPG차 등록대수는 2018년 대비 1.5% 줄었다.
가스업계는 전기차의 폭발적인 인기와 적은 LPG차 세제 혜택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LPG는 경유나 가솔린 비해 확실한 공해 저감 효과를 지녔지만 정부는 부처 가릴 것 없이 전기차·수소차에 매몰돼 막대한 예산과 지원을 이곳에 쏟고 있다.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차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 400만원을 지원하고 어린이 통학용 자동차(9~15인승) 지원금은 700만원이다. LPG 승용차에 대한 보조금은 따로 없다. 전기 승용차는 최대 1200만원, 전기 화물차는 3000만원대까지 지원되는 것과는 대조된다.
전기·수소차가 친환경 대세라는 점은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전기나 수소 연료 생산과정, 안정적인 수급 담보, 가격 경쟁력 확보,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송 유류세원의 전환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정책이 필요하고 전기·수소차가 주력 수송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을 때 까지 천연가스나 LPG 차량도 중용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다른 방향은 전혀 돌아 보지 않으며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 달성만 쫓아가고 있다. 눈가리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