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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펩시, 카카오T와 우티·타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1-03 08:17:24
  • 수정 2022-01-03 08: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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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티·타다, 왜 카카오T의 벽을 넘지 못하나

상표를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하고 선호하는 콜라를 묻는 펩시 챌린지 이미지

택시 호출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T에 도전해 업계 2, 3위인 우티와 타다가 최근 연말 특수를 노린 대규모 물량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택시 앱 이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우티와 타다는 이용량 증가에 한계를 보였다. 한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티와 타다의 이용자 수는 양사 합쳐 카카오T와 비교하면 5~6%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서비스를 재정비한 우티와 타다는 승객이 몰리는 연말을 이용해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대규모 물량공세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이유는 카카오T와 비교해 배차에서 큰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우티와 타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리뷰를 보면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 

 

우티와 타다는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이용자에게 눈도장 찍기는 성공했지만 확보한 이용자층을 소화할 만큼의 가맹택시를 확보하지 못했다. 일단 배차가 안 돼 할인을 해줘도 쓸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타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통해 ‘카카오T 앱 일반 호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 형편이 좀 낫다. 우티는 마카롱택시·반반택시·타다 등 주요 가맹택시 중 유일하게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하지 않아 독자적인 호출 서비스로 카카오T와 경쟁해야 한다. 

 

가맹택시 확보와 호출 앱 서비스 경쟁력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우티는 올해 가맹택시 수를 카카오모빌리티와 비슷한 수준인 2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미 택시 호출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카카오T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카카오와 우티·타다의 사례를 보면서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코카콜라와 펩시를 생각하게 된다.

 

코카콜라는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펩시는 만년 2위지만 딱 한번 코카콜라를 누른 때가 있었다. 

 

펩시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이유가 맛이 아니라 습관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1975년 ‘펩시 챌린지’를 시도했다. 도심에서 행인들에게 상표를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하고 선호하는 콜라를 물었더니, 절반 이상의 참가자들이 펩시를 선택한 결과가 나왔다.

 

펩시는 캠페인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TV에 광고했다. 그리고 4년 후, 미국 시장에서 펩시콜라의 판매량은 코카콜라를 추월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여전히 다수의 참가자들이 코카콜라를 선택했으며 캠페인의 효과도 지속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맛의 비교가 아닌 시장의 1등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브랜드가 주는 청량감으로 코카콜라를 선택했으며, 반복적인 선택은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택시 이용자들이 카카오T를 호출하는 이유도 반복적인 선택이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면 습관적으로 행해 왔던 것을 돌아보며 또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게 된다. 카카오T로 택시가 잡히지 않으면 그 다음은 우티 또는 타다를 선택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기업은 어쩌면 위기를 이용해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어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1991년 경북 구미 두산전자 공장에서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 상류로 흘러 들어가면서 상수원이 오염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수도물이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시민들의 물에 대한 습관이 바뀌게 됐다. 그리고 국내 생수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 국내 맥주시장에서 만년 2등 제품인 크라운이 ‘지하 150m의 100% 천연 암반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 하이트’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1등 제품인 OB를 밀어내는 시발점이 됐다.

 

작금의 택시시장은 야간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반면, 택시업계는 야간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택시승객이 없어 침체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승객이 줄고 수입이 급감하자 택시 종사자 수도 크게 줄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생수시장이나 하이트처럼 위기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습관을 바꾸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위 카카오T는 물론 우티와 타다, 기타 다른 앱들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택시업계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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