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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문제 해결 ‘신(神)’에게 맡기세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0-12 04: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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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시장 개입·규제가 실패 초래…취객 귀가 권리까지 정부가 챙겨서야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택시이용객, 택시기사들, 택시회사 등 택시 수요공급의 모든 주체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글쎄‘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국토부가 갖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택시이용객, 택시기사들, 택시회사 등 택시 수요공급의 모든 주체가 의구심을 보입니다.

 

국토부의 호출료 인상에도 택시기사들은 심드렁합니다. “그까짓 거 돈 몇 푼 때문에 힘들게 밤중에 나와서 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고 말합니다.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 할증 탄력요금제가 함께 시행되면 수입이 꽤 오를 것 같은데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시민은 시민대로 ”요금만 오르고 택시난이 해결 안 될지도 모른다“며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강제 휴무 제도인 ’택시 부제‘를 50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으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입니다. ”개인택시는 고령자가 많아 부제 해제가 돼도 심야 운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부제 해제는 반대급부로 법인택시업계의 반발을 가져왔습니다. ”우리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또 특정 시간대 파트타임 근로 허용, 택시회사 취업 절차 완화, 법인택시 기사의 차고지 입고 완화, 법인택시 리스제와 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 등 법인택시 운영 형태 개선도 발표했지만 법인택시업계는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리스제에 대해서는 부제 해제와는 반대로 개인택시기사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가 폐기한 타다·우버 모델을 다시 소환해 활성화 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법인택시가 합심하는 모습입니다. “그래, 정부가 심심하면 모빌리티 혁신 운운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다시 또 해보자는 거지”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택시 대책을 세우면 문제가 다 잘 해결될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 여길 만지면 저기가 터지고, 저기 터진 곳을 만지면 여기가 다시 터지기 일쑤입니다. 한 마디로 정부 대책 같은 거 잘 안 되는 겁니다. 사회주의국가의 계획 경제가 대부분 실패하는 거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실패 사례도 차고 넘칩니다.

 

심야 택시난 문제의 이면에는 그동안 정부가 수많은 택시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해 온, 시장 개입과 규제의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정부는 국민 교통편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 원리를 외면하다 보니 문제가 꼬이기만 했습니다.

 

시장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자생력으로 서로 얽혀서 생태계를 만듭니다. 그걸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조인 영국의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신(神)’이라고 하면 안 될까요? 설마 인간의 능력과 지혜로 택시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깟 기술로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몇 년 전 카풀·타다와 택시업계 간 대립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어느 국회의원이 “택시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니다. 이렇게 힘든 문제이니 정부는 이제 손을 떼고, 보이지 않는 손인 ‘신(神)’에게 맡깁시다. 

 

무책임하게 모두 맡기자는 게 아니라 그래도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니 정부는 국민 안전과 시장 경쟁 확대 등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고 택시 운영과 공급, 요금 등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실패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 실패는 치명적입니다. 정부는 웬만해선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바로잡는 것도 어렵고, 실패를 되풀이 할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심야 택시이용객들은 대부분 취객인데 “정부가 취객들이 집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택시 잡는 것까지 나서서 챙겨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입니다. 세계의 주요 도시 중 우리나라 수도권처럼 버스·지하철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곳도 드문데 말이죠. 

 

심야 시간에 택시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가 운전기사들이 취객들에게 툭하면 욕을 먹고 폭행을 당하기 때문일 겁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센 노동강도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니 누가 심야 택시운전에 나서겠습니까? 

 

술 취하면 다 개가 된다고 했습니다. 법무부 차관 같은 덕망 있는 사회지도급 인사도 술 취해서 택시기사를 폭행합니다. 취객의 귀가 권리를 챙겨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취객 폭행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처벌을 마련하는 게 더 필요해 보입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휘황찬란한 밤의 문화입니다.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사람들로 붐비는 밤거리, 그리고 그 취한 국민을 안전하게 귀가시켜 주기 위해 눈물겹도록 애쓰는 정부. 자기네 나라, 도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밤늦게 술 마시고 다니다가는 폭행이나 강도당하기 쉽습니다. 심지어 총에 맞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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