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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공제조합 여전히 ‘복마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4-11 08: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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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 간부들, 횡령·부정채용 등으로 처벌받고도 건재…영향력 행사
  • 직장 내 괴롭힘 등 기강 문란…지난해말 누적적자 370억 역대 최대


공금횡령, 직원 부정채용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고위 간부들이 처벌을 받은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이 여전히 ‘복마전’이다. 당사자들이 징역형, 벌금형 등을 선고받고도 여전히 건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우리 직장은 범죄 소굴’이라는 제목의 진정서에 따르면 그동안 각종 범죄에 연루된 전국전세버스공제조합 임직원들이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며 공제 부실운영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전세버스 차량의 자동차보험 역할을 하는 자동차손해보상기구로, 전국 전세버스 1500개사, 차량 4만여대가 가입돼 있다. 비영리 단체인 전국전세버스연합회(전국 16개 시·도 사업조합이 회원) 산하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분담금(보험료) 규모는 800억원 수준이다.

 

진정인은 현재 전세버스공제조합에서 차장급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진정인은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며 ”자동차손해보상기구로써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가 특별감사 실시, 임원개선 명령 등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부정부패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이병철 전 회장(경북조합 이사장) 두번째 징역형


선 이병철 전 연합회장이자 경북조합 이사장은 나 모 광주조합 이사장의 자녀를 공제조합에 채용하기 위해 공모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 이사장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1억2000만원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징역형이다.

 

당시 연합회 전무 겸 공제조합 상무인 조모 씨와 직원 김모 씨도 공동정범으로 각각 벌금 350만원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2019년 7월 연합회·공제조합 공금횡령 등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또다시 시작되자 같은 해 10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이 전 회장과 박 모 전북조합 이사장, 최 모 충남조합 이사장은 이 전 회장의 임기 연장을 위해 연합회 정관 개정에 찬성해달라며 서 모 전 경남조합 이사장, 안 모 전 대구조합 이사장, 김 모 전 충북조합 이사장에게 1800만원 상당의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무상제공하는 등 부정 청탁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업무상 배임과 배임증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운영위원장도 횡령, 배임 의혹


공제조합 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모 울산조합 이사장은 이병철 전 회장과 함께 업무상 횡령,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당시에 아무런 근거 없이 공제조합의 법적대응비용으로 이 이사장의 개인사업체인 T관광에 1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이사장의 회사는 2016년 10월 사망 10명, 부상 10명의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개인적으로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위로금 2억원에 대한 구상금을 공제조합에 청구하고, 이 전 회장은 부당하게 이를 지급하려고 했다고 진정인은 주장했다.

 

공제조합 고위 인사들의 공금횡령 등 부도덕 행위로 직원들의 기강도 문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 심모, 서모 씨 등 현직 직원 3명은 사기죄로 기소돼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이들은 모두 공제조합의 핵심 간부들이다. 전 직원 1명도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됐다. 

 

박 모 전북조합 이사장과 전 모 전북지부 보상팀장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입사지원서 등 관련서류를 위조했다가 국토교통부 감사에 적발됐다.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돼 사문서 위조 등으로 2017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유죄가 확정됐지만 박 이사장은 현재도 공제운영위원 겸 감사를 맡고 있다.

 

이후 전 모 팀장은 3800만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면직에 처할 위기에 놓였으나 오히려 7000만원의 명예퇴직금을 챙기고 회사를 그만뒀다. 박 전북조합 이사장 등이 배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에 여직원 성폭행도


서모 본부 인사총무팀장은 수년간 직원 임모 씨를 괴롭혀 물의를 빚었다. 임 씨는 이 전 회장의 공금횡령 의혹 등을 처음 제기한 직원이라 보복성 괴롭힘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임 씨의 진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올해 1월 보직전환 등 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청은 3월에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으나 회사는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오히려 가해자인 서 팀장을 올해 3월 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서 팀장은 과거 감사실장으로 재직 시 전북지부 감사 중 전북지부 여직원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북조합 이사장은 오히려 증거 녹취파일을 파쇄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며 징계하지도 않았다고 진정인은 주장했다. 

 

부산지부 임모 보상팀장은 술 취한 여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지만 정직처분을 받은 뒤 계속 근무했고, 오히려 피해자인 여직원이 회사를 그만 둔 사례도 있었다.

 

이병철 전 회장이 취임한 후 부하직원들은 상사로부터 범죄를 강요받으며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고 진정인은 밝혔다. 여기에 편승해 일부 간부들은 수십만원씩 허위 신용카드 영수증을 만들어 회사공금을 횡령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진정인은 이처럼 공제조합 최고 지위에 있는 운영위원장 및 운영위원, 감사, 핵심간부인 부서장들까지 상당수가 범죄에 연루돼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에 회부됐으나 이들은 여전히 요직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인은 ”재판에 회부된 임직원들의 공소사실을 보면 횡령, 배임, 사기 등 중대한 징계사유에 해당되고 있으나 회사는 어떠한 진상조사나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돕고 있다“며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라도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 내용에 대해 오성문 전국전세버스연합회장은 ”직원들과 관련된 재판이 여럿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단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지난해 6월21일부터 전세버스연합회 제12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이병철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9년 6개월간 3연속 회장직을 맡았으며 4선을 노리고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이 전 회장은 회장 출마를 위해 1회 연임만 할 수 있는 회장의 임기를 2회 연임(임기횟수 3회)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또다시 1회 연임만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 물의를 빚었다.

 

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을순 상무는 ”아무 것도 대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버스공제조합 이사장은 2018년 말 유모 이사장이 그만둔 뒤 현재까지 4년 반 가까이 공석이다.

 

비리 원인은 연합회의 산하 부서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전세버스공제의 비리 사례는 사업자들의 단체인 연합회의 산하 부서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제조합의 최고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는 연합회의 구성원인 시·도 사업조합 이사장들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사업조합 이사장들은 당연직 운영위원이다. 외부 운영위원들도 있지만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

 

공제 운영위원이자 시·도 사업조합 이사장들은 공제조합 예산을 유용해 연합회나 시·도 사업조합을 지원하기도 한다. 공제조합 예산 규모가 연합회나 사업조합보다 몇십배, 몇백배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합회나 시·도 사업조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편성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추진사업비용을 공제조합 예산으로 대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연합회가 추진하는 제도개선 관련 각종 용역비용 등을 공제조합 사고감소활동비, 홍보비 등으로 대납한다.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활동 명목으로 편성된 사고감소 활동비는 시·도 사업조합 이사장들의 판공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모 조합 이사장은 사고감소활동비를 개인 판공비로 사용하다가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말 기준 누적적자 370억원 역대 최고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지난해말 기준 누적적자 370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경영개선 노력은 미흡하다.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담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으나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운영위원들(시·도 사업조합 이사장)이 분담금 인상을 사실상 막고 있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지난 2005년 누적적자 150억원을 기록하자 국토부가 분담금 10% 인상을 권고했고, 당시 실무책임자는 운영위원들을 설득해 7%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07년 흑자로 전환됐으나 2008년, 2009년, 2010년 3차례에 걸쳐 분담금을 인하하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로 단 한 번도 정상적인 분담금 인상이 없는 가운데 지난해말 누적적자가 역대 최고액에 달하자 올해 대물 분담금만 5%를 인상했다. 이에 따른 수입 증가는 20억원 정도로 예상돼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평가다.

 

진정인은 ”자동차손해보상기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공제조합이 일부 고위 간부와 직원들의 일탈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같은 조직의 일원이지만 내 직장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고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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