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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도착지 미표시’ 왜 논란?…“국민 편의가 우선돼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4-13 08: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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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업계 반대…‘독과점 유지’ ‘콜 몰아주기’ 위한 것 아닌가 의혹

서울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택시기사가 호출을 받을 때 승객의 도착지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플랫폼업계의 반대가 심하다. 플랫폼업계가 국민 편의는 외면하고 자기네 이익과 영리만을 추구하며 반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객자동차에 대해 도착지를 사전고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지난해 2월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검토의견을 거쳐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중이다. 


개정안의 목적은 일부 택시기사들이 승객의 도착지를 보고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 단거리 승객의 호출은 받지 않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승차거부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정책이지만 플랫폼업계가 반대하면서 입법 추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소위는 지난 3월14일에 이어 이달 11일에도 개정안에 대해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모빌리티 플랫폼업계는 도착지 표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했다. 승객이 호출료를 내는 가맹택시 등에는 도착지를 표시하지 않지만 일반택시의 경우 표시하고 있다. 무료 호출 시에 도착지를 표시하지 않는 플랫폼 택시는 티머니의 온다택시가 유일하다.

 

플랫폼업계는 도착지 표시 금지가 승객 골라 태우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도착지 표시를 금지하더라도 단거리 승객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도착지가 불분명한 승객을 앱으로 태우기보다는 택시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배회영업’이 성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승객 골라 태우기의 직접적 원인은 기사들의 잘못된 행태이므로 이와 인과관계가 없는 도착지 미표시를 도입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택시기사가 아예 승객 호출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택시 활용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플랫폼이 도착지 미표시를 시도했으나 기사들의 이용률 저조로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규제만 강화할 경우 시장에서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할 여지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 기업들의 창의성·유연성을 저해해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랫폼업계가 반대하는 진짜 속내는 플랫폼운영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고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진성준 의원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조장하는 도착지 표시와 먼 거리의 택시가 배차되도록 콜을 몰아주는 등의 플랫폼 운영으로 택시 이용 승객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중 블루와 벤티 등 도착지를 표시하는 가맹택시의 비중은 17%에 불과한데, 앱으로 택시호출 시 서울에서는 40%, 경기도에서는 43%가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도착지 표시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김의원실은 “도착지를 일반택시에게만 보여주니 일반택시 기사들이 장거리를 잡으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도착지 미표시 제도가 시행되면 승객 골라 태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전국택시노조연맹·전국민주택시노조·전국개인택시연합회·전국택시연합회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국민 편의 증진은 물론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시행해야 한다”며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입법 목적이 무엇보다 국민 이용 편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업계의 반대는 의아스럽다”며 “과거의 배회영업 중심의 영업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플랫폼업계의 우려는 다른 플랫폼이 도착지를 사전고지하는 상황에서의 사례이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에 대해 도착지 미표시를 하는 경우 과거의 영업행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정안과 관련된 정부 부처의 의견은 각각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도착지 미표시에 대해 유료 서비스에 먼저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승객의 도착지 사전금지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법률의 기본 원칙인 입법 방법의 적정성에 위배돼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는 택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도착지 미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착지만 표시되지 않아도 택시 잡기가 수월한 효과가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승차난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민이 무료로 사용하는 일반택시에도 원칙적으로 도착지 미표시 의무화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플랫폼업계의 반대가 심하고 일부에서 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입장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소위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2주 뒤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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