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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려도 돌아오지 않는 법인택시 기사…해법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5-09 15: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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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새 기사 34% 감소…”저임금 해결하지 않는 한 방법 없어“

서울 잠실역 사거리에 승객을 기다리는 빈 택시가 늘어서 있다.

서울시 택시회사들이 시의 택시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력난과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수입이 줄어든 기사들이 택배나 배달업계로 떠났다가 요금인상 후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만3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월 3만1011명에 비해 34.3%(1만638명)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라 유동인구가 늘고, 택시 승차난이 빚어지자 법인택시 기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심야 할증요금 확대, 요금인상 등을 단행했지만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택시 1대당 2.3명의 기사가 확보돼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는 택시 1대당 기사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택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운전자가 부족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서울법인택시 가동률은 50.35%였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며 가동률은 2020년 40.7%, 2021년 34.12%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동률은 32%로 2019년 대비 18.35%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이유는 무엇보다 심야 할증요금 확대와 요금인상이 기사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택시 대수는 법인 2만2603대, 개인 4만9123대 등 총 7만1725대다. 안 그래도 과잉 공급된 상황인데,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택시 공급은 더욱 넘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운송수입에 한계가 있고, 이는 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회사는 요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사납금을 인상해 기사들의 수입은 종전 그대로다. 오히려 요금인상과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종전보다 떨어진 기사들도 있다.

 

법인택시 처우가 이러니 앞으로 부족한 기사를 충원하기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 LPG 값 급등 등 가파른 운송원가의 상승도 택시회사 경영난의 큰 원인이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가입한 호출 플랫폼 수수료 부담도 크다. 

 

그렇다고 기존 택시산업 존속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대중교통 규제의 틀 안에서 택시회사가 독자적으로 자생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폐업·휴업하는 택시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택시 호출앱 시장 2위였던 마카롱택시의 자회사인 마카롱T1은 파산 선고를 받았다. 또 다른 자회사 마카롱T2도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택시 호출앱 시장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진화택시, KM2 두 회사도 전체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 254개 택시회사 중 사실상 휴업 상태인 회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울시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이 인력난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해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법인택시업계가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해법은 전액관리제(월급제) 폐지다.

 

법인택시업계는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른 기사 수입 감소와 근로 경직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과거 사납금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한 택시업체 사장은 “전액관리제는 초과수익금을 회사와 나눠야 하기 때문에 이를 손해라고 생각하는 기사들이 대거 떠났다”며 “회사 역시 불성실 근로자로 인한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불성실 기사의 경우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월 수입이 과거 사납금제와 비교해 2배가 오른 반면, 고성과자는 30만∼40만 원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기준금을 채우지 못한 불성실 기사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전액관리제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전액관리제 폐지까지도 검토해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방침이지만 국토부는 기사 처우 개선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전액관리제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택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3부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개인택시가 강력반발하고 있는데다 정책상 급격한 변동도 어렵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회사가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에게 면허를 대여해 주는 ‘리스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으나 국토부와 개인택시업계, 택시노조 양대 축의 하나인 민주택시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택시노조연맹은 민주택시노조와는 달리 리스제에 대해 찬성 입장이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과거 도급택시 부작용을 알지만 오죽하면 노조가 리스제를 찬성하겠냐”며 “현행 임금체계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국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택시 대중교통법(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최근 또다시 국회에 제출됐지만 전시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택시 대중교통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국회 회기 만료 등으로 자동폐기됐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법인택시 경영난의 원인으로 요금 정책이나 임금 구조의 문제점 등 각종 규제를 지목하면서 자율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급과 안전 문제에 치중하고, 요금 결정이나 기사 고용 문제 등은 업계의 자율경쟁에 맡겨 살아날 업체는 살고 죽을 업체는 죽어야 시장이 정리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기사들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법인택시의 경영난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노원구에 있는 한 택시업체 기사는 “가장 원론적인 문제는 10시간 11시간 일해도 워낙 저임금을 받다 보니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법인택시 수입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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