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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의 택시를 움직이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4-04-21 20: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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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말씀 한마디와 실세 정치인 장관·시장의 파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례1 : 카모를 머리 숙이게 한 대통령 말씀 한마디

 

시장 독과점 및 콜 몰아주기, 매출 부풀리기 등의 의혹을 받으면서도 꿈적 않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돌연 택시 수수료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 말씀 뒤 재빠르게 나온 반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화들짝 놀란 카모는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바로 입장문을 내고 “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각종 의혹과 비판을 받으면서도 꿈적 않던 카모였다. 해보겠으면 해보라는 식이었으며,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아주 오만하기가 그지 없었다. 그런 카모가 대통령의 한 말씀 질타에 급격히 겸손해졌다. 

 

카모는 발빠르게 움직여 택시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수료율 2.8%의 신규 가맹 서비스 출시, 공정 배차를 위한 매칭 알고리즘 개편 등을 골자로 한 서비스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례2 : 50년 택시부제 해제한 사람은

 

2022년 5월 13일 제7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원희룡 장관은 연말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라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국민적 원성이 높아지자 과감하게 택시부제를 전면 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무려 반세기, 50년 동안 유지돼온 택시부제는 공급이 넘쳐나는 택시 대수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기에 대부분 개인택시에 적용됐다. 부제를 해제하면 법인택시업계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는데 원 장관은 눈치 보지 않고 부제 해제를 추진했다. 

 

택시부제 해제는 실세 정치인 장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법인택시업계 또는 국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힘 없는 장관이라면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회의원, 제주도지사를 지낸 그는 22대 총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어 떨어지기는 했어도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다. 

 

사례3 : 오세훈 시장, 택시요금 사상 최대 인상

 

서울시는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택시 승차난이 심화되자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줄였다. 실질 인상 폭은 30%에 가까웠다.

 

또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를 도입해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기고, 승객이 많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올렸다.

 

이때처럼 서울 택시요금이 크게 오른 적이 없었다. 택시요금 인상은 물가 당국과 시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거침없이 사상 최대의 택시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다수의 택시 문제 전문가들은 택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택시 기능에 맞는 대폭적인 요금 인상과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그동안 번번이 묵살돼왔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원희룡 장관의 택시부제 해제와 마찬가지로 차기 대선주자이자 힘 있는 정치인이기에 가능했다. 

 

소멸의 길에 들어선 택시…누가 책임지나

 

우리나라 택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면허 및 요금, 자격, 운영관리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적 운송체계 안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택시는 예나 지금이나 말이 많으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승객)도, 공급자(사업자)도, 노동자(운전기사)도 모두가 불만이다. 특히 최근의 각종 지표를 통해 이미 소멸의 길에 들어섰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당연히, 엄격히 공적 관리를 하는 정부다. 정부가 이에 대해 책임지기를 꺼려한다면 직무유기(職務遺棄)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택시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은 정부에 있다.

 

해법이 없지는 않다.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정부가 지금보다 공적 관리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공적 관리 권한(규제)을 대부분 내려놓는 것이다. 

 

공적 관리 강화는 버스 준공영제처럼 택시를 운영하는 것이고, 권한을 내려놓는 것은 요금이나 운영 등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택시업계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우리나라 택시는 아마 망할 때까지 망할 것이다. 택시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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