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채용박람회 (사진 연합뉴스)
법인택시 기사 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의 현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큰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경직된 근로시간·임금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에는 전국 법인택시 운전기사가 10만2320명이었으나 올해 1월 말 7만2014명으로 30%나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2019년 3만 명에서 지난해 2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법인택시 가동률도 2019년 50%에서 지난해 34%로 떨어졌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대폭 줄어든 원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택시 승객이 감소하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택배 등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사 부족으로 가동률은 떨어지고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자 일부 지자체들은 법인택시 기사 처우개선과 고용 안정을 위해 현금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법인택시 신규입사자에게 월 20만원,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 월 5만원의 고용안정금을 지원한다. 신규 인력 유입을 유도하고 장기근속을 독려해 법인택시 가동률을 다소라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올해부터 법인택시 신규 입사자에게 매월 40만원씩 6개월간 240만원의 취업 정착 수당을 지원한다. 택시기사로 첫 취업하는 기사만 해당하고, 시와 조합이 지원금을 각각 120만 원씩 분담한다.
또 경남도도 올해부터 도내 법인택시 운전자 중 5년 이상 근속 1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에게 매월 5만 원의 처우개선비를 지원한다.
이밖에 인천, 경기, 대구, 대전, 울산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와 성남시, 충주시, 거제시, 나주시 등 일부 기초자체단체도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에 대해 현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경기도 매칭 지원사업을 통해 월 11만원을 기본 지급하고, 시비 5만 원을 추가해 총 16만원을 지원한다.
법인택시 기사에 대한 현금 지원은 기사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고 신규 인력을 유입하기 위한 것이지만, 기대만큼 운전자 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택시 일은 열심히만 한다면 많게는 한 달에 400~500만 원도 벌기도 한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네비게이션과 플랫폼을 이용한 호출 시스템도 잘 돼 있어 과거에 비해 업무 난이도도 쉬워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택시회사 관리자들의 말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어느 정도 개인의 자산 축적이 이뤄진데다 국가복지제도도 좋아진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인권 향상과 개인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사들도 자유롭게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고, 힘들게 일하거나 통제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높아졌다. 반면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는 강해졌다.
이런 점 등을 볼 때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법인택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운전자 유입과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인택시 임금체계는 현행법상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주 40시간 이상 월급제로 고정돼 있다.
전액관리제는 근무 당일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매월 고정급을 받는 제도로 2020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법인택시들은 모두 이 한 가지 제도만을 시행해야 하며, 다른 근로형태나 임금 지급은 법 위반이다. 하지만 노사 모두가 전액관리제를 반대하는 곳이 많아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 사업주가 월급을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는 월급제는 서울에서 2021년 1월부터 우선 시행됐다. 지난해 8월 20일 전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었으나 서울에서 시행한 결과,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 2년 유예됐다.
이처럼 법인택시의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는 다른 직업에 비해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택시 노사 협의를 거쳐 ▲실차시간 기반 성과급제 ▲보합제 ▲자율운행택시제(일명 리스제) ▲파트타임 근무제 등 4가지 유형의 노사합의 임금모델을 마련하고 같은 해 11월 국토교통부에 실증특례(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서울시는 실증사업이 통과되면 기사들의 근로 여건에 따른 자율적 선택권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 후 넉달이 다 되도록 실증특례를 심의하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 안건 상정도 되지 않아 관철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법인택시 기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일부 지자체의 현금 지원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인 처방책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유 근로를 선호하는 등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끔 우선 경직돼 있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