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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산 택시회사 '소정 근로시간' 줄인 임금협정은 무효”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5-20 10: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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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6시간 40분→4시간…“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한 괴리” 판단

부산역 앞 택시승강장에 서 있는 택시들.


부산지역 택시회사가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체결한 노사 임금협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택시기사 22명이 소속 회사인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근로시간 단축 따른 미지급금訴)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최저임금 인상이 발단이다. 통상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회사에 내는 ‘사납금’과 회사에서 받는 ‘기본급’, 사납금을 제외하고 본인이 갖는 ‘초과 수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매해 오르면서 사납금과 기본급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기사들은 기본급은 그대로 두고 초과 수입을 더 받기를 원했고, 택시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노사가 명목상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부산 택시 노사의 대표인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국택시노조연맹 부산본부는 임금협정을 통해 2008년과 2013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해왔다. 

 

1인 1차제 기준으로 2005년에는 일 6시간 40분이던 소정 근로시간이 2008년에는 5시간 40분, 2013년에는 4시간 40분, 2018년에는 4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 근로환경 변화 없이 단순히 소정 근로시간만을 줄인 것은 탈법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노사 간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규정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본 것이다.

 

이에 A사 소속 기사들은 ”최저임금에 맞게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일부 청구가 받아들여졌으나 2심에서는 전부 패소했다. 2심은 택시 요금 등 운행 환경과 수입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소정 근로시간 단축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08·2013년 근로시간 단축은 유효하나 2018년의 단축은 무효라고 보고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2018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며 "택시 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한 괴리가 있다고 추단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8년 임금협정으로 인해) 소정 근로시간은 이 사건 특례조항 공포 후 최초 단축 전 소정 근로시간(2005년 기준·6시간 40분)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 55% 또는 60%에 불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택시요금 인상과 호출 애플리케이션 활성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4시간은 전일제 택시기사들의 근로시간에 비해 너무 짧으므로,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법을 피하려는 탈법행위에 가깝다는 취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부산고법은 2018년 임금협정이 무효라는 전제 아래 택시기사들의 최저임금 미지급액 등을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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