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지난달 큰 폭의 감소율을 보이면서 자동차 관세 장기화 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2억달러로 집계됐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18억4000만달러로 무려 32.0% 급감했다. 이는 트럼프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던 지난 4월 기록했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감소율(19.6%)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관세 장기화 시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감소 원인으로는 트럼프 관세 외 별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줄이면서 이러한 수출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하지만 2∼3개월에 불과한 현지 재고분에 의존할 수 있는 시기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모든 모델의 권장 소매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초 이번 달 2일까지 두 달간 모든 라인업의 권장 소매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 여파 흡수를 위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현지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수출에는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공장에서는 생산 감소 징조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울산 1공장 2라인의 휴일 특근을 취소하는 등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한미 간 관세 실무 협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관세 장기화 시 피해는 완성차업체에 더해 부품업체까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자동차 관련 합의를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5월 수출입 동향에서 미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작년 같은 달 대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관세 여파가 생각보다 빠르게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해 연간 기준 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