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비
자동차 사고 후 수리 시 이른바 순정부품(OEM) 대신 가격이 저렴한 품질인증부품(대체부품)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정부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품질인증부품을 활성화해서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시행을 열흘 앞두고 사실상 유예를 결정했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품질인증부품 활성화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연착륙 방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자동차 수리 시 순정부품을 추가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출고 5년 이내인 신차와 주요 안전부품(브레이크, 휠, 조향장치 등)은 순정부품만 사용하도록 했다. 5년이 안 된 차량에 대체부품을 적용할 경우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론,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품질인증부품 사용 시 순정부품 가격의 25%를 돌려주는 환급 대상을 자기차량손해 담보에서 대물배상 담보까지 확대한다.
이런 연착륙 방안은 사실상 표준약관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제도성 특약에 들어간다. 제도성 특약은 보험사와 당국 협의에 따라 대부분 보험 가입자에게 자동 부과된다.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과 연착륙 방안이 담긴 제도성 특약은 오는 16일 이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품질인증부품 관련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부품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이 특약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번 연착륙 방안은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차 수리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정 약관은 사고 차량 수리 시 차량 제조사에서 만든 순정부품 대신 품질 인증을 받은 더 저렴한 대체부품이 있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순정부품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추가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당국은 품질인증부품의 성능이 사실상 순정품과 다를 바가 없고 가격은 최대 40%까지 더 저렴한 만큼 대체부품 이용을 활성화하면 수리비와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품질인증부품과 순정부품을 사용한 차량으로 충돌 시험을 한 결과 안전성 등에서 차이가 없다는 실험 결과도 내놨다.
그러나 여론은 소비자 선택권을 축소하는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 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철회해달라며 올라온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4일 오전 기준 16만3000여명이 넘게 동의하는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당국이 소비자 인식이나 품질인증부품 조달이 어려운 시장 상황 등에 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했다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의 자동차 부품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체부품의 안정적 수급과 품질 검증을 통해 점진적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