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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 떨어졌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5-13 1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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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증권사들, 수익성 악화 이유로 종전보다 낮게 평가
  • 지분 매각 작업 재추진 난관 전망…해외진출로 돌파구 찾을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자사 사내 카페에서 로봇을 이용한 실내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는 사업 확장과 다각화가 앞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다.
투자은행업계의 일부 증권사들이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가치를 대폭 낮췄다. 다만 카카오나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주주들은 증권가의 이런 평가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1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카카오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가치를 3조 2500억 원으로 평가했다. 시가총액과 2023년 예상 매출액의 비율(PSR: Price Selling Ratio)로 3배를 적용해 나온 몸값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PSR을 5배로 평가했으나 올들어서는 이를 대폭 낮춰 잡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카카오모빌리티의 PSR을 3배로 잡고 적정 기업가치를 2조 6500억 원으로 평가했다. 최근 장외에서 소액주주 간 거래된 주가도 약 1만 5000원으로 발행주식 수를 고려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시가총액은 3조 7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하며 거론됐던 몸값이 8조 원에 달한 만큼 격세지감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영업이익 195억 원을 달성했지만 순손실 27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275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택시 호출 불공정거래에 과징금 276억 원을 잠정 부과했고 금융 비용이 110억 원으로 불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자회사의 택시면허 재산 등 손상차손이 비용으로 인식돼 적자 폭을 키웠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 우버의 최근 PSR이 2~3배인 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비교 대상으로 삼는 동남아 그랩의 PSR도 한때 15배 이상에서 8배까지 떨어졌다”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자 전환과 성장률 하락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2017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칼라일 등으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할 당시 2021년까지 상장을 마치기로 했었다.

 

이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 지분 매각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여전히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 MBK파트너스에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도 외국계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주요 배경이었다.

 

다만 카카오나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주주들은 최근 증권가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모빌리티가가 국내 택시중개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인 데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용 유동성 규모도 5300억원에 달해 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 평가는 미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시각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기업가치를 놓고 이견이 커진다면 연내에 지분 매각 작업 등은 재추진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전 방위적인 규제와 압박도 상당하다. 정치권, 택시단체, 공정위 등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돌파할 방법으로 해외진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첫 해외 기업 인수로 지난 3월 영국의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를 인수했다. 스플리트는 라이드헤일링(차량 호출),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중교통 등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전반에서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외국에서 차량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홍보하면서 현지업체와 경쟁을 치르며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현지 법과 정서, 규제 등도 변수다. 우버는 국내시장에 들어오려 하다 결국 실패한 뒤 합작법인 형태로 택시중개사업 정도만 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자사 사내 카페에서 로봇을 이용한 실내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전자가 로봇 기체 '클로이'를 공급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주문앱과 로봇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로봇 플랫폼' 개발을 맡았다. 또 지난해 5월 LG유플러스, GS건설, 파블로항공 등과 UAM컨소시엄 'UAM 퓨처팀'을 구성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사업 확장과 다각화가 앞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성공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하늘로 치솟을 수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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