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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요응답형 ‘똑버스’ 확대에 택시업계 반발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3-09-06 09: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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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시 택시업계 “생존권 침해”…남양주는 비용 부담 높아 철회도

경기도 수요응답형 버스 '똑버스'

경기도가 교통 취약지역 주민에게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똑버스’가 일부 지역에서 택시업계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경기도는 똑버스를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똑똑하게 이동하는 버스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인 ‘똑버스’는 신도시나 농어촌 등 교통 취약지역에서 고정된 노선과 정해진 운행계획표 없이 승객의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수단이다.

 

승객이 전용 모바일 앱 ‘똑타’를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버스를 부르면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는 똑버스를 호출해준다. 운행 중에 경로가 비슷한 승객이 추가로 호출할 땐 AI가 자동으로 우회노선을 만들어주고, 합승하는 식으로 운행된다.

 

차량은 11인승 현대 쏠라티 승합차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은 1450원이며 교통카드 이용 때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도 적용된다.

 

경기도는 지난 2021년 12월 파주시 운정신도시를 시작으로 똑버스 운행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원하는 곳에서 승·하차가 가능하고 최적의 경로를 통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내에서는 파주·고양·김포·수원·안산·양주·평택·화성·하남 등 총 9개 지자체에서 92대의 똑버스가 운행 중이다. 경기도는 안성·이천시와 똑버스 도입을 논의 중이며 올해 안에 총 11개 지역에 똑버스를 도입, 136대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택시업계가 똑버스 운행 확대에 반대하고 나섰다. 똑버스를 처음 도입한 파주시의 경우 올해 안에 9대의 똑버스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는데 택시업계가 반기를 들었다. 파주 택시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비대위는 시가 똑버스를 도입하기로 한 농촌마을 3개 면(월롱·광탄·탄현면)의 경우 2019년 4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천원택시’가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있는데 똑버스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중복투자이며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원택시는 농촌 등 교통 소외지역 주민이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거리와 요금에 관계없이 1000원만 내고 추가 요금은 시가 부담하는 제도다.

 

이에 파주시는 최근 비대위와의 협의 끝에 택시 이용수요가 많은 월롱면을 똑버스 운행지역에서 배제하고 운정4동을 포함하는 선에서 똑버스를 추가 운행키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올해 이후로 똑버스 지역을 확대하거나 증차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파주 외 지역에서는 시와 택시업계 간 표면적인 갈등이 아직 불거지지 않았지만 택시업계에선 똑버스 운행에 따른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다. 

 

최근 경기도내 31개 시·군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장은 도청을 찾아 똑버스 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 조합장은 “교통 소외지역의 경우 싼값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사업 등이 활성화됐는데, 도가 똑버스를 확대 운영하는 것은 혈세를 중복으로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똑버스가 택시와 기능이 중첩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운영비용 부담 탓에 도입을 철회한 지방자치단체도 나오고 있다.

 

남양주시는 오남·진접읍, 수동·별내면 등지에서 똑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려다 최근 도에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소요 비용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양주시는 똑버스를 정상적으로 운행할 경우 5년간 똑버스 대수와 운행지역을 변경하지 못해 사업 탄력성이 없고, 비용도 12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등 예산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남양주시가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존 버스노선의 운행 대수를 확충하는 게 교통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사업 참여를 준비하던 남양주시가 지역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철회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파주시에서는 택시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똑버스 사업 추진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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