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가 계도기간인 오는 9월말까지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경기도와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 지역 21개 300인 이상 버스사업장이 주 52시간 단축 근로 시행으로 확보해야 하는 인력은 1000명 안팎이다.
경기도는 주 52시간제 처벌 유예기간인 3개월 동안 필요한 인력의 충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규 기사를 채용해 교육한 뒤 노선에 투입해야 하는 버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버스업계는 3개월 유예기간으로 한 숨을 돌렸지만 인원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운행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 A버스회사의 대표이사는 “3개월 유예기간을 줬지만 인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준수해야 하니 최대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지역자동차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임금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장기근속자들이 현재 회사를 떠나고 있고 더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를 떠난 일부는 임금이 높은 서울 쪽으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사들이 들어오고 있으나 경험 미숙으로 인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다. 운전기사 B씨는 “대형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사들이 입사하고 있다”며 “2주간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바로 버스 핸들을 잡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기사 100여 명을 신규 채용한 C버스업체의 경우 올해 상반기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20%가량 늘어난 200여 건의 사고를 냈다. 대부분 경미한 사고였지만 주차된 차량과 부딪히거나 급정거로 승객이 넘어지는 등 기사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C업체 관계자는 “신규 기사는 숙련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사 인력난 때문에 채용공고에 ‘초보자 환영’ 문구까지 내건 상황에서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형편은 못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조 측은 현재 경기도 버스업계의 임금수준과 노동강도가 열악해 양질의 기사들을 끌어올 수 없다며 인력충원 이전에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충원 노력은 1년 전부터 계속 시행하고 있던 것이지만 근로조건 자체가 변하지 않으니 입사자 못지않게 퇴사가 많은 실정”이라며 “버스 요금 인상안이 시행되기 전에 수익 증가 폭을 선반영해 기사 처우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3개월이면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혼란은 없는 상태”라며 “계도기간이 끝나는 9월말 전에 버스 요금을 인상하고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금인상 등으로 재원이 마련돼도 임금협상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포시 등 준공영제 미실시 시·군의 버스 노사는 현재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놓고 협상하고 있으며 결렬 시 이달 하순에 또다시 ‘버스 파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D버스회사 운전기사는 “임금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현재 받는 보수보다 통상 80만~100만원가량 적게 받을 수 있다”며 “최소한 임금 보전은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버스업계 임금 구조는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연장 근무 수당(기본급의 1.5배)이기 때문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당연히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병문 기자